안철수 ‘소통 후보’ 자처하면서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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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가 지난 5일 광주 전남대 강연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단일화 회동’을 공식 제안했다. 그의 중요한 발언은 모두 일방적인 소통이 특징인 ‘대학 특강’에서 나왔다. 그러면서 기자들 질문엔 “국민이 만들어주시면…”이라며 자리를 피하곤 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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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9월 19일) 이후 9차례 지방을 돌았다. 그때마다 재래시장을 빼놓지 않았다. 상인들은 그에게 곶감, 닭강정을 건네곤 했다. 반가움의 표시였다. 하지만 그는 상인들이 맛보라며 건네주는 음식을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그냥 손에 들고 있다가 수행팀에 건네줬다. 주변에선 “시장 음식은 불결하다고 생각해 안 먹느냐”는 말이 나왔다.

 안 후보는 최근 직접 해명했다. “TV를 보면서 정치인들이 시장에서 뭘 (받아)먹는데 저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어서 안 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말인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명쾌하게 설명하진 못했다. 안 후보는 요즘 상인들이 건네는 음식을 ‘되기 싫어하던 사람’과 똑같이 받아먹고 있다.

 안 후보는 정계 입문 전 전국을 돌며 20대와 만나 ‘청춘콘서트’를 했다. 이를 근거로 ‘소통 후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콘서트는 일방향 소통이다. 요즘도 그렇다. 그는 중요한 얘기는 대학 특강에서 하곤 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위해 만나자는 제안(전남대 11월 5일)도, 의원 정수를 줄이는 등의 정치쇄신안(인하대 10월 23일)도, 정치개혁과 특권 포기 등의 후보 단일화 조건(세종대 10월 17일)도 모두 대학 강연에서 나왔다. 그러면서 기자들의 질문은 제대로 받지 않았다. 역시 일방적이다.

 그는 거의 모든 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자리를 피하거나 “네네. 국민들이 만들어주시면”이라는 식으로 건성건성 대답한다. 캠프 관계자는 “중요한 얘기를 예고도 배경 설명도 없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던지고 사라지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 내부에도 있다”고 했다. 캠프 측도 기자들의 질문을 차단하는 경우가 있다. 미리 약속된 질문 아니면 ‘약속 위반’이라며 도중에 끊기도 했다.

 외모와 달리 쌀쌀맞은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무안을 주는 그의 스타일 때문이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지난 7일 한 전시회에서 안 후보와 마주치자 "강창희입니다”며 먼저 인사를 청했다. 안 후보가 아는 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말없이 손만 살짝 걸친 듯 악수하곤 바로 자리를 옮겼다. 한 참석자는 "3부 요인 중 한 분인 국회의장의 인사를 제대로 받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김대중기념사업회 토론회에서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와 마주쳤을 때도 그랬다. 안 후보는 다른 내빈과는 인사했으면서도 유독 이 대표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지나쳤다. 안 후보는 “빨리 이희호 여사님을 따라가라고 (수행원이) 등을 밀어서”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쪽에서 불만이 전달된 뒤였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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