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인터넷 만화 `성난 아시아 꼬마소녀' 인기

중앙일보

입력

재미교포가 그린 인터넷 만화 `성난아시아 꼬마소녀''(Angry Little Asian Girl, 약칭:ALAG)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만화는 한인 2세인 렐라 리(26.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http://www.angrylittleasiangirl.com)에 매주 월요일 연재되고 있는데 한달 평균 방문객이 100만명에 달하고있다.

만화 주인공은 한국에서 이민온 가정의 6살난 소녀 `킴''(Kim)과 그의 급우들이며 주제는 킴이 집과 학교, 사회에서 겪는 갖가지 인종차별과 언어.문화적 차이를풍자와 독설로 다루고 있다.

지난 13-19일 게재된 만화는 교실에서 출석 점검 때 졸고 있던 킴이 `동양의 꼬마소녀''라고 한 선생님에게 `나는 아시아의 꼬마소녀''라며 화를 내는 내용이다.

동양인(오리엔탈)이란 말은 일부 서양인들이 아시아인을 낮춰 부를 때 쓰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또 렐라 리는 만화 끝에 `화난 지역''(Angry Area)이라는 별도의 섹션과 ALAG 소개 비디오 등을 통해 등교 첫날 자기소개 시간에 선생님이 영어를 매우 잘한다고 칭찬하자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다"며 성을 내기도 하고 편의점 점원이 영어가 유창하다고 하자 "나는 옥스퍼드대를 졸업했다"고 응수하기도 한다.

서부 명문 주립대인 UC(캘리포니아대)버클리 출신의 렐라 리는 대학 2학년때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 단편비디오가 인종 및 성차별적인 캐릭터를 등장시킨 데 당혹해 98년 4월 `ALAG''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렐라 리는 웹사이트 소개란에서 "민족성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alag를 좋아한다"며 "왜냐하면 alag는 약자에 관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항상 승자는 아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와 샌디마스에서 성장한 렐라 리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귀여운캐릭터와 직설적 대화를 통해 정체성과 인종차별 문제를 생생하게 짚어내고 있다는평가를 받고 있다.

렐라 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인간의 얼굴 뒤에 감춰져 있는 선입견과 차별,낯선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민자의 어려움을 알리고 싶었다"며 "앞으로 인종차별과 성차별과 같은 사회적 이슈를 주요 소재로 다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렐라 리는 최근 미국의 한 주요 방송사로부터 ALAG를 TV시리즈물로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종적 요소를 빼려 했기 때문이다.

렐라 리는 인기 TV 시트콤 `친구들''(Friends) 등 다수의 TV 프로와 `옐로''(Yellow), `메디신 쇼''(Medicine Show) 등 여러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ALAG 정기구독료는 주당 30달러이며 대학신문 게재시 흑백 만화는 한편당 20달러, 칼러 만화는 30달러이다. 또 캐릭터 상품으로 남녀 T셔츠와 원통형 찻잔 등도판매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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