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사준 명품가방에 하자 있으면 남친이 물어줄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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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음산책

“법률 공부를 시작하자마자 배운 법언이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라는 것이었다. 누가 잠자고 싶어 잤나. 권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단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을 뿐이다.”

법률가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이렇다. 8년간 기자로 일하다 뒤늦게 법률가가 된 양지열(39) 법무법인 가율 대표변호사는 아예 사법시험 공부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결정적인 계기가 신용보증인 줄 알고 보증을 섰더니 연대보증이라 몇 년을 갚느라 고생했다는 이야기다. 사법시험 3차 면접에서 이 이야기를 들은 교수들이 모두 ‘뿜을’ 정도였다고 한다. 뜻하지 않은 송사에 휘말려 뒤늦게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교양서 ‘당신의 권리를 찾아줄 착한 법’을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책은 민법 가운데에서도 재산 관계에 대한 부분을 다룬다. 법의 주체와 법률행위의 요건 등을 다루는 총칙편에서부터 인간의 생활을 둘러싼 계약 내용을 다루는 채권편, 물건의 대한 다양한 법적관계를 보여주는 물권편, 불법 행위를 다룬 불법행위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증여에 관한 설명이다. 사망한 사람이 유언으로 재산을 남기는 유증과 달리, 증여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의 계약이다. “명품 가방 너 줄게”라고 말만 해도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인다면 계약이 성립된다. 물론 서면으로 써 놓지 않았다면 이를 해제해 처음부터 없던 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준 대가 없이 준 명품 가방에 흠집 등 하자가 있다면 제대로 된 물건이라고 믿었던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할 수도 있다.

저자는 사례와 예시를 통해 민법의 각종 원리와 법칙을 하나씩 해설해 간다. 임대차 보호법의 논리, 미성년자의 개념, 태아가 인간으로 판단되는 원리 등을 설명했다.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가족 관계를 다룬 부분은 없다. 저자는 “다음 기회를 기다리려고 한다”고 했다. 둘에 한 커플은 이혼을 하는 시대라는데, 저자는 다음 작품에서 착한 법 후속작으로 ‘당신의 아이를 찾아 줄 나쁜 법’에 대해서도 다루지 않을까.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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