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과 함께 신나는 모험의 세계로!

중앙일보

입력

야옹, 냐아옹, 에헴!
자, 모여들 보세요! 오늘 제가 온 동네 고양이들을 대표해서 여러분들에게 할 말이 있어요.

혹시 뭐 팔러 왔냐고요? 나 참, 고양이가 인간에게 뭘 팔겠어요? 털이라도 깎아서 팔까요? 오늘은 우리 고양이들의 명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뒷줄의 박씨 아저씨, 조용히 좀 하세요.

왜 고양이를 미워하나요?
사실, 그 동안 우리 고양이들은 인간들에게 그다지 박수 받는 동물은 아니었어요. 물론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마음씨 갸륵한 어른들도 있지만 많은 인간들은 고양이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지요. 우리의 영원한 라이벌인 개에 비해서 푸대접을 받아왔단 이야기예요.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비 오는 밤 거리에 개가 한 마리 지나가고 있을 때 인간들은 보통 이렇게 이야기 하지요.

“어이구, 저 불쌍한 개 좀 봐라. 주인 잘못 만나서 버림을 받았나 보구나. 쯧쯧, 비도 오는데 거리에서 뭘 먹고 사나?” 물론, 인간들 중에는 개만 보면 입맛을 쩝쩝 다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어른들은 빼놓고 이야기 하자고요.

그런데 거리에서 고생하는 건 개들 뿐만이 아니에요. 우리 고양이들 중에서도 주인 잘못 만나서 밤거리를 배회하는 친구들이 많단 말이에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그런 우리를 보고 뭐라고 하셨나요? 무슨 괴물이라도 본 것처럼 깜짝 놀라며, “에이, 재수없어! 웬 도둑고양이람!” 이러지 않나요? 어흑… 도둑 고양이라니… 언제 고양이가 사람 집을 털어갔다는 이야기 들어 봤어요? 고양이가 사람들 지갑이라도 훔쳐갔나요? 밤 거리의 고양이 친구들은 그저 사람들이 버린 음식 찌꺼기를 먹을 뿐이에요. 버린 거 주워먹는데 왜 도둑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흑흑, 너무 억울해요. 고양이를 이렇게 미워하다니…

고양이들의 숨겨진 비밀을 알려 줄게요
하지만 여러분! 고양이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는 작품이 드디어 나왔어요. 우리 고양이들만 다니는 학교가 있다는 걸 몰랐죠? 우리 고양이들이 수많은 역사 현장에서 꿋꿋이 살아왔다는 걸 몰랐죠? 그 옛날 머나먼 중세시대, 무서운 마녀사냥이 벌어지던 그 시절에 우리 고양이들은 엄청난 고난의 세월을 겪어야만 했어요.

그런 어두운 시절을 이겨내며 오늘 날 전세계에 퍼져 살고 있는 우리 고양이들! 여러 동물 중에서 가장 영리하고 게다가 인류의 미래까지 걱정하는 우리 고양이들의 멋진 이야기가 드디어 책으로 나왔단 말이에요. 아,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가슴 저 아래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올라와 목젖을 적시고, 마침내 두 줄기 눈물로 흘러내리는군요.

두둥! 『고양이학교』(문학동네 어린이)는 멋진 판타지동화예요. 15살이 되면 사람의 집을 떠나서 고양이 학교로 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적혀 있지요. 그곳에서 우리는 고양이의 역사도 배우고, 마법도 배우면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어갑니다.

그런데 어떤 무리이든지 나쁜 애들은 꼭 있는 법인가 봐요. 우리 고양이들 중에는 인간에 대한 미움을 가슴 깊이 간직한 채 어두운 동굴 속에서 분노의 발톱을 갈고 있는 녀석들이 있거든요. 그 녀석들은 그림자 고양이라고 불리는데 무시무시한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헉… 그건 바로… 고양이들을 괴롭혀온 인간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겠다는 계획이에요. 울분과 분노로 이글거리는 그림자 고양이들의 눈동자! 여러분들이 그 불타는 눈동자를 본다면 놀라서 기절해 버리고 말 거예요.

어른들은 반성 좀 하세요
그렇지만 고양이학교를 다니는 우리 수정 고양이들은 그림자 고양이들의 음모를 그대로 놔 둘 수 없어요. 비록 우리도 인간들에게 조금 서운한 게 있지만 그래도 참고 인간을 도와 줄 겁니다. 그건 나를 너무나 사랑해 준 민준이 같은 어린이들 때문이에요. 그나마 인간들이 동물들의 버림을 받지 않는 건 세상의 어린이들 때문이에요. 그러니 어른들은 제발 반성 좀 하세요.

자, 이제 할 얘기를 다 한 것 같아요. 여러분들에게 가슴에 맺힌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니 속이 후련해 지는군요. 우리 같이 우아한 고양이들을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알고 싶으면 『고양이학교』의 책장을 열고 우리를 찾아오세요. 그러면 우리 고양이들이 인류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알 수 있을 거예요. 아! 우리 수정 고양이들이 아니면 누가 이 대자연의 평화를 지킨단 말인가요. 이얍! 냐아옹! (최덕수/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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