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항공 안전 2등국 추락 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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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항공청(FAA)의 우리나라에 대한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은 국내 항공사들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물론 대외 이미지 손상 등 쉽게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측의 판정은 한.미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실상 국제적 기준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커 향후 다른 나라들과의 항공 협상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 하향 조정 배경=건설교통부는 미국측이 우리나라의 항공안전등급을 하향 조정한 이유를 항공법령 미비와 정부 내 전문인력 미비 등 두가지로 보고 있다.

미국측은 지난 5월 1차 점검에서 ▶항공법령▶특정운용 규정▶항공국 조직 및 감독 기능▶기술 지침▶항공 전문인력 등 8개항 모두를 기준미달 처리했다. 이후 7월 2차 점검에서는 이중 법령과 전문인력에 대해서만 지적을 한 바 있다.

현재 항공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건교부측은 "지난 16일 여야 총무가 개정안을 우선 처리키로 합의해 이달 말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 이라며 "인력 훈련도 프로그램에 따라 충실히 진행하고 있다" 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측은 점검 당시의 이행 상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 2등급 판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예상 손실=우선 국내 항공사의 미국 내 신규취항 및 증편, 기종 변경, 미국 항공사와의 편명공유 등이 제한을 받게 된다. 이미지 악화에 따른 매출 손실도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은 연간 1천5백억원, 아시아나항공은 8백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측은 "분석결과 성수기 미주노선의 증편과 미국령인 괌.사이판 신규노선 취항 불가, 편명공유 불가, 보험료 인상 등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 고 밝혔다.

또 국제경쟁력 하락, 신뢰도 저하, 경영자원 낭비, 생산성 저하 등 무형의 피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아메리카 에어라인과의 편명공유 중단, 대형 기종 변경 중단, 현지 지점에서의 수입 손실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항공사들의 손실 외에도 정부차원에서는 향후 노선확충이나 신설 등을 위한 항공회담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국측이 항공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맞먹는다" 며 "결국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판정을 우리와의 협상에 상당부분 적용할 것" 이라고 예상했다.

건교부 관계자도 "그간 연이은 대형 사고로 인한 상대국가들의 좋지 않은 인식을 어렵게 바꿔 놓았는데 이같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나 않을지 걱정" 이라고 말했다.

◇ 전망 및 대책=판정결과의 번복은 어렵다. 건교부는 오는 22일 FAA로부터 정식으로 세부적인 판정결과를 통보받는 대로 보완 대책을 수립, 하루빨리 등급을 회복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17일 총리 주재의 관계장관회의에서도 등급 추락에 따른 영향 최소화와 조기 등급 회복 대책 등이 논의됐다.

건교부측은 "FAA측도 최단기간 내 우리나라의 등급을 1등급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고 밝혔다.

건교부는 이와는 별도로 미국측이 등급 하향 조정시 발표 전에 우리측과 최종 협의를 갖지 않는 등 통상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강력 항의키로 했다.

미국측은 등급 하향을 결정해놓고도 우리측에 최종협의를 요청하지 않았으며 사전에 이를 월스트리트 저널 등 언론에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갑생 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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