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욘세·니콜 키드먼 메이크업 담당 ‘버버리 뷰티’ 총괄 웬디 로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2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VDL 1호점을 찾은 웬디 로웨. VDL에선 동양인의 피부에 어울리는 밝고 화사한 색상의 색조화장품들을 선보인다. [사진 LG생활건강]

하얗게, 더 하얗게. 한국 여성들은 메이크업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50년 동안 ‘하얗고 투명한’ 피부를 가꾸는 데 집중했다. 대신 얼굴에 색을 칠하는 덴 유달리 인색했다. 아침 화장대에서 스킨부터 에센스, 로션, 영양크림, 선크림까지 대여섯 단계의 기초 화장은 챙길지언정 조금이라도 ‘튀는’ 색조화장은 자제하는 게 예의였다. 그렇다 보니 3년 전인 2009년만 해도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색조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했다. 30% 안팎인 일본이나 35%인 전 세계 평균에 뚝 떨어진다.

 그랬던 한국 시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물론 비비크림이 색조화장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점차 개성을 중시하는 풍조가 강해지면서 색조화장품 비중이 25%까지 올랐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타고 한국 시장에 상륙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있다. 영국의 웬디 로웨(40)다. 지난해 출시된 영국 명품 ‘버버리’의 화장품 브랜드인 ‘버버리 뷰티’를 총괄·감독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한국에서 LG생활건강과 손잡고 색조 전문 화장품 브랜드 ‘VDL’을 출시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낸 1호점 매출은 같은 상권의 다른 브랜드 화장품 매장의 2배가 넘는다.

로웨는 “립스틱 하나로만 색상을 표현하던 아시아 여성들이 요즘 달라지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연두·보라처럼 발랄한 색상으로 눈가에 포인트를 준 메이크업이 눈에 띄더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시장에서 색조화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고, 한류 열풍의 진원지인 한국이 그 시장으로 가는 실크로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드라마에 색조화장이 많이 등장하면 이를 보는 아시아 여성들까지 덩달아 색조화장을 즐겨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색조화장이 빛을 발하려면 동양적 외모가 오히려 유리하다”는 게 18년 메이크업 경력에서 비롯된 로웨의 결론이다. 동양인 얼굴엔 눈두덩이나 볼 등에 ‘여백’이 많아 색조화장이 더 눈에 띈다는 것이다.

스스로 10여 년간 패션쇼 무대에서 아시아계 모델들의 메이크업을 해주며 이런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로웨는 "서양인들은 공들여 황금색부터 진한 고동색으로 이어지는 눈화장을 해도 눈을 뜨고 있을 땐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동양 여성들은 이런 눈화장 하나로도 전체적인 이미지가 확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또 "노란 피부톤에선 밝고 채도가 높은 색상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는 게 장점”이라고도 했다.

 VDL 신제품들은 동양인의 피부톤에 어울린다고 판단해 밝고 화사한 색상을 사용한 제품 위주로 구성했다. 이에 더해 “앞으로 최신 트렌드를 제품에 즉각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은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신제품을 시험할 정도로 메이크업 트렌드에 빨리 반응하는 도시”라며 "모든 연령층이 메이크업에 관심 있는 나라인 만큼 색조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웨는 지난 10여 년간 버버리·프라다·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 패션쇼 메이크업을 담당했다. 가수 비욘세와 배우 니콜 키드먼의 메이크업도 맡고 있다. 미국 패션잡지 ‘얼루어’는 올해 로라 메르시에, 팻 맥그라스 등과 함께 그를 ‘세계 5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선정하기도 했다.

조혜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