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중앙서울마라톤] 주말 달리기로 대화하는 아버지와 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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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수북이 쌓인 단풍잎을 밟으며, 점점이 떨어지는 은행잎을 맞으며 늦은 가을길을 달리는 중앙서울마라톤.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최고의 달림이 축제가 올해도 풍성한 화제를 낳으며 마무리됐다. 중앙서울마라톤은 등수나 기록이 목표가 아니라 달리는 것 자체가 기쁨이요 즐거움인 대회다. 1만5000여 참가자가 연출해 낸 재미난 장면들과 아름다운 사연들 소개한다.

“마라톤 하면서 아버지와 대화가 늘었어요.”

 대학 졸업반인 양성민(25·왼쪽)씨는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인 아버지 양영식(62)씨와 함께 중앙서울마라톤에 출전했다.

 이들 부자에게 마라톤은 소통의 창구다. 아버지는 대전에 있는 학교에서 강의하느라 서울의 가족들과 따로 살고 있다. 반면 성민씨는 서울 집에서 로스쿨 진학을 위해 공부하느라 바쁘다.

 양씨 부자는 서로 얼굴을 보고 대화할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달리기가 있다. 마라톤 대회 완주라는 공통의 목표가 생기면서 아버지 양씨가 주말마다 서울에 와 아들과 함께 조깅을 하고 있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가끔 등산도 한다.

 아들 성민씨는 “2년 전 군 전역 후에 풀코스를 뛰기 시작했다”며 “달리기를 해서 가장 좋은 점은 아버지와 대화 시간이 많아진 점”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도 “마라톤은 철저히 혼자 뛰는 운동이지만 아들과 함께 대회를 준비해서 좋다”고 했다.

 양 교수는 1999년 달리기를 시작해 2000년 11월 중앙서울마라톤에 데뷔했다. 이후 대회 개근을 기록하고 있다. 양 교수는 대회 참가를 위해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가까운 학교 운동장을 1시간가량 뛰었다. 그는 “달리기를 통해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졌다”며 마라톤을 아들에게 적극 추천했다. 성민씨도 “과거엔 뚱뚱했는데 달리기를 하면서 18㎏이나 빠졌다”고 말했다. 아직 성민씨가 아버지보다 먼저 결승점을 통과한 적은 없다. 성민씨는 “이번에는 아버지와 격차를 줄이고 싶다”고 했지만 올해 대회에서도 아버지(3시간24분)보다 22분 늦은 3시간46분에 골인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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