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쿡 구속시킬 수도 있다” … 영국 법원, 애플 꼼수에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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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법원이 애플을 상대로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재공지하라고 1일(현지시간) 명령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이 올린 공지 내용이 불성실하다는 취지에서다. 법원은 “만약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팀 쿡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애플 임원을 구속시키거나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법원의 명령이 내려진 이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엔 ‘삼성의 갤럭시탭 제품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애플의 공지문이 실렸다. 영국 애플 공식 홈페이지의 기존 공지문은 삭제된 상태다.

 이번 명령은 삼성전자가 ‘갤럭시탭이 애플 아이패드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해 달라’고 낸 소송과 관련돼 있다. 지난 7월 영국 런던법원은 1심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 주며 애플에 대해 “신문과 홈페이지 등에 관련 내용을 게시하라”고 판결했다. 애플이 항소했지만 항소법원은 지난달 원심을 확정했다. 문제는 애플이 공지문을 영국 자사 홈페이지에 발표하며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삼성 제품은 애플 제품만큼 멋지지 않다’고 언급한 내용, 그리고 미국이나 독일 등에선 삼성의 애플 디자인 도용 사실이 인정된 판결을 함께 올려 두면서 불거졌다. 법원의 명령을 따르긴 했지만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도용한 것처럼 읽힐 수 있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결국 항소법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애플에 대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을 24시간 내에 내리고 기존 공지문의 잘못을 인정하는 정정문과 함께 수정된 공지문을 48시간 내에 게재하라”고 명령했다.

 애플이 소송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면 삼성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올 3분기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400만 대를 팔아 전체 중 38%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 분기(120만 대)에 비해 3.3배 늘었고 지난해 연간 판매량(180만 대)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편 애플은 2일 한국을 비롯, 미국·호주 등 34개국에서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했다. 미국의 전자제품 수리 전문사이트 아이픽스잇은 이날 아이패드 미니를 분해한 뒤 삼성전자의 액정표시장치(LCD)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삼성과 소송을 벌이며 삼성으로부터 공급받는 부품을 줄여 가고 있는 애플이지만 협력 관계를 완전히 끊기는 어려운 형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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