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女 갑상샘암, '일본의 14배' 이유가…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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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43·경기도 분당)씨는 두 달 전 갑상샘암 수술을 했다. 혹시나 해서 동네 의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고서다. 그는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갑상샘암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한다”고 말했다. 김씨만이 아니다. 갑상샘암은 한국 여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 1위에 올랐다. 10만 명당 59.5명(2008년 기준)이 걸릴 정도로 발생 빈도가 높다. 이는 일본의 14배 이른다. 갑상샘암 입원환자 수는 지난해 4만6549명으로 10년 새 9배로 늘었다.

 왜 그럴까.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1일 “초음파 진단기기가 동네 의원까지 확대되면서 지나친 검사를 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한국 1차 의료 발전방향의 모색’이란 보고서를 통해서다.

 그는 “외국에선 증상이 없을 경우 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며 “1차 의료기관(의원)이 특정 분야에선 과잉 경쟁을 하고, 다른 분야에선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갑상샘암 진단은 급증했지만 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당뇨합병증 등은 의원에서 제대로 관리가 안 돼 병을 키운 끝에 입원까지 해야 하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런 질환의 관리 수준은 천식의 경우 한국이 28개 주요국 중 26위, 당뇨합병증은 24개국 중 22위였다.

 윤 위원은 “더 큰 문제는 왜 갑상샘암이 급증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정부도 모른다는 점”이라며 “그러다 보니 어떻게 1차 의료기관의 시스템을 개선할지에 대한 답도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문제에만 신경 쓰지 말고 1차 의료기관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축적·분석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한국 환자는 검사받고 종양이 있으니 수술하자는 식의 서비스만 받아 왔다”며 “여러 과 의사가 그룹으로 한 환자를 진료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보건소와 의원에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KDI의 문제제기에 대해 의료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는 “갑상샘암의 급증은 건강보험 확대와 검진 증가와 연관이 있다”며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 의료 문외한인 환자가 의료 이용의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항석 연세대 의대 교수는 “갑상샘암의 증가는 의료기기의 발달과 조직검사 기술의 진보에 따른 것”이라며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암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보다 초음파 검사비 등이 비싸기 때문에 덜 발견되는 것”이라며 “내시경 검사가 늘면서 위암 조기 발견이 늘고, 환자 생존율이 높아진 것을 탓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는 “갑상샘암이 단기간에 이렇게 급증했는데 왜 그런지에 대한 분석조차 하지 않고 있는 정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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