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박근혜 여성대통령론 잠재우려다 '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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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왼쪽 사진)과 민주통합당의 여성 의원들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여성 대통령론’에 대해 서로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대선에 나온 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뒤늦게 ‘여성 대통령론’이 대선 이슈로 떠올랐다. 민주통합당이 “박 후보에게 여성성은 없다”고 자극적으로 공격하면서 오히려 새누리당에 유리한 이슈를 키워준 형국이다.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생물학적 여성과 정치·사회적 여성이 다른 것은 상식이다. 박 후보는 출산·보육 및 교육, 장바구니 물가를 고민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 박 후보에게 여성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미혼인 점을 꼬집는 듯했다. 원래는 박 후보가 들고 나온 ‘여성 대통령이 최고의 정치쇄신’이란 주장을 공격하기 위한 말이었다.

 그는 “박 후보는 스스로 본인이 여성임을 강조하지만 박 후보를 여성 후보로 보는 국민은 적다”고도 했다. 문재인 후보 캠프의 박광온 대변인도 “(박 후보가) 국회의원 15년째 여성 관련 법안을 한 건도 대표 발의한 바 없다”고 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이를 역공의 지렛대로 삼는 동시에 ‘여성 대통령론’을 확산시키는 촉매로 만들었다.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은 1일 선대위 회의에서 “야권이 감히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이라느니, 참지 못할 인격모욕 발언을 남발한 것은 그 자체가 수구적이며 역사퇴보적인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어 “야당은 박 후보에게 아이를 갖지 못한 사람이 육아를 말한다고 했는데 이는 미혼여성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했다. 민주당을 여성의 적(敵)으로 몰아가려는 전술이다.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도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이다, 염색체만 여성이다, 하는 것은 박 후보와 여성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했다.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좌파 페미니스트 아니면 여성 후보라고 주장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여성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것은 새누리당만의 주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을 했던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도 최근 『미즈(Ms.) 프레지던트』란 책에서 “정복과 지배, 권위의 시대인 20세기가 끝나고 조절과 공감, 통합의 시대인 21세기에 여성 리더십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1일엔 김희정·신의진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직도 여성의 사회참여가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최고 리더로 탄생한다는 것보다 더 큰 정치변혁은 없다”고 했다. 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진영 논리에 갇혀 성(性)인지적 관점을 지니지 못한 구태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남윤인순·최민희 의원 등도 회견을 열어 “박 후보는 여성 대통령의 덕목인 평등·평화지향성·반부패·탈권위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했다.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경험하거나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투쟁의 현장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

 여론조사에선 박 후보에 대한 여성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게 확인된다. 박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8월 20일 이후 실시된 중앙일보의 다섯 차례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남성(42.3%)보다 여성(45.7%)에게서 더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20대(23.9%)와 30대(30.9%) 여성 사이에선 지지율이 저조했지만, 40대 이상의 여성들에게선 40% 이상의 지지율을 보였다. 40대 여성의 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42.4%, 50대 여성은 58.0%였다. 60대 이상에선 74.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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