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불공정 판정 막으려 검은돈 상납한다는 농구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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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스포츠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또 발생했다. 대한농구협회 고위 심판진이 승부에 유리한 판정과 특정 심판 배정 등의 대가로 농구팀 감독들로부터 관행적으로 금품을 받아오다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축구·배구·야구 등 일부 프로 종목이 스포츠 도박과 관련 있는 승부 조작 사건으로 얼룩지더니 이젠 아마추어 농구에서도 심판과 감독 사이에 검은돈이 왔다 갔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농구협회 간부가 감독들로부터 심판의 판정 불이익으로부터 팀을 잘 보호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이른바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왔다는 사실이다. 이는 금품을 상납하지 않으면 심판진이 자칫 편파판정으로 팀을 괴롭힐 수 있다는 이야기나 진배없다. 심판 판정이 정말로 이 정도라면 제대로 된 스포츠라고 할 수 없다.

 실제로 판정 조작이 있었는지 여부는 앞으로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이와 무관하게 공정한 판정을 생명으로 해야 할 심판진이 감독들로부터 장기간 관행처럼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는 코트를 오염시킨 것은 물론 심판의 자존심마저 저버리는 행위다. 농구를 사랑하고 선수들에게 열광하는 청소년들과 팬들에게는 도대체 뭐라고 해명할 것인가.

 더욱 기기 막힌 사실은 협회 심판진에 대한 상납 관행이 초·중·고부터 대학과 실업팀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 정신을 막 배우기 시작한 어린 선수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다. 사법 당국은 스포츠 정신을 농락하는 이런 일이 다시는 재연되지 않도록 관계자들의 죄상이 밝혀지는 대로 일벌백계로 엄벌해야 한다. 비슷한 일이 더 있는지 철저히 파헤치는 일도 잊어선 안 된다.

 농구협회는 강력한 징계와 함께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철저한 자정 활동을 펼쳐야 한다. 승부를 둘러싼 추문이나 금품수수는 팬들이 발길을 끊는 가장 큰 원인임을 명심해야 한다. 판정을 놓고 장난친 심판이나 뒷돈을 찔러주며 이를 부추긴 감독이 있다면 농구계를 떠나야 마땅하다. 검은돈으로 얼룩진 건 스포츠가 아니라 꼼수다. 정정당당해야 스포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