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기네스] 스벤슨코리아 김수상 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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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지난해 밸런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60개나 받았습니다. 나보다 많이 받아본 남자는 아마 없을 겁니다."

모발 관리업체 스벤슨코리아의 1백70여 직원 가운데 김수상(42.사진(中))차장은 회사내에서 유일한 남자다. '청일점(靑一點)'인 셈이다.

중소기업의 자재.물류 관리 분야에서 10여년간 일해온 金차장은 2001년 5월 인터넷 리쿠르트 업체를 통해 이 회사에 지원했다. 그는 최종 면접 때에야 직원 중에 남성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막상 입사를 결정한 뒤 첫 출근부터 걱정되더라구요. 한동안 시선을 어디에 둘까 고심했습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도시락 점심 문화' 덕분에 회사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점심 때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도시락을 먹으면서 동료들과 정(情)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잘 모르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동료들이 서로 먼저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그때부터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어요. 항상 비행기 일등석을 타는 기분이었죠."

건강도 좋아졌다. 하루 한갑을 피우던 담배도 한두 개비로 줄였기 때문이다. 동료들의 핀잔 때문에 회사 건물 밖으로 나서야 피울 수 있었던 탓이다.

또 회식자리도 밤새도록 술을 마시는 일이 없고 자정 전에 어김없이 끝났다. 자기 계발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특히 어학능력이 뛰어난 동료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기 위해 대학 졸업 후 멀리했던 영어회화책을 다시 잡았다. 퇴근 후에는 영어학원도 다녔다.

"가끔씩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시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동료들과 가슴을 터 놓고 온갖 화제로 얘기하고 싶기도 해요. 여자 동료들과는 아무래도 힘들어요."

귀가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아내는 "오늘은 어떤 언니랑 밥먹고 들어 왔어"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金차장은 "올해는 남자 후배가 한두명 정도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남자 후배가 들어올 때까지는 동료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행운아'라며 환하게 웃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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