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국민+주택' 통합은행의 앞날

중앙일보

입력

주택은행 직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성을 질렀다. 한 직원은 "국민은행과 불협화음이 있어선 곤란하다" 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26일 오전 11시50분쯤 "김정태 행장님이 합병은행장이 되셨다" 는 행내 방송이 나오자 김정태 행장은 "합추위 발표사항인데 왜 방송하느냐" 고 말렸다.

金행장은 이날 국민.주택은행의 주가를 비교한 뒤 "합병비율을 따지면 국민은행 주가가 더 낫다" 며 국민은행 2만주, 주택은행 1만주 매입을 지시했다.

김영일 부행장이 "40만주를 갖고 있는데 더 사느냐" 고 묻자 "그것은 스톡옵션이고 이것은 합병은행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미에서 내 돈으로 사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국민은행 본점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한 분위기였다. 한 직원은 "정말 뜻밖이다" 며 "규모나 영업력 면에서 훨씬 뒤지는 은행에서 합병은행장을 맡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한 팀장은 "두 은행이 합심하면 모든 것이 잘될 것" 이라면서도 "그래도 직원들이 일손이 안잡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 두 조직 융합이 관건=세계적 컨설팅회사인 AT 커니는 합병 실패 요인으로 ▶대등한 규모를 가진 조직간 합병 ▶동질적인 업종간 합병 ▶구성원간의 합의를 이루지 못한 합병을 꼽았다.

공교롭게도 국민.주택은행 합병은 이 세가지 요소를 다 갖고 있다. 규모가 비슷하고 소매금융이 주력이며 두 은행 조직원들이 총파업을 했을 정도로 합병에 부정적이다.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은 1976년 합병 이후 은행권에서 투서가 가장 많았을 정도로 두 조직간 반목이 심했다.

국민과 주택은행도 이번 합병협상 과정에서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등 상당한 갈등을 노출했기 때문에 합병 후 두 조직이 앙금을 해소하고 얼마나 원만한 화합을 이룰지 의문이다.

김정태 행장은 "현 임원들을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 계속 근무토록 해 조직 안정에 노력하고 새 경영진을 선임할 때는 출신은행에 따른 파벌주의를 없애겠다" 고 조직 융화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 합병 이후 과제 많아=합병 이후 중복 점포와 부서.인원을 통합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정태 통합은행장은 선임 직후 "직원들을 비용절감의 대상이 아닌 수익을 창출하는 경영자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고 밝혔지만 통합은행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선 중복 기능의 효율적인 통합이 필수적이다.

주택은행의 합병 자문사인 매킨지 컨설팅은 최근 보고서에서 본점 부서 재조정 및 중복 점포 통합을 통해 20~26%의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태 행장도 이미 "합병하기 전에 주택은행 직원의 11%(1천여명)를 줄일 것" 이라고 밝힌 적이 있어 국민은행까지 합치면 3천여명 정도의 인원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이후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는 것도 과제다. 금융계에선 업종과 점포가 중복된 두 은행이 합병할 경우 고객 이탈률이 최소 10%에서 최고 3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철근.허귀식.최현철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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