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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사업가, 지하 6층 벙커 짓는 이유보니…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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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13년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료보험정책개선안이 시행되고 베리칩 이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적그리스도가 힘을 얻을 겁니다. 그러면 우린 다 끝나는 겁니다.”

 2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A교회. 30대로 보이는 전도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30여 명의 신도들이 “아멘”하고 답했다. 이 교회는 ‘베리칩’이 성경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짐승의 표’이며 미국에서 베리칩 이식이 본격화되는 2013년부터 세계 종말이 점진적으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교회에서 만난 신도들은 “베리칩을 이식받으면 지옥에 간다. 종말이 임박했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거 소동이 해프닝으로 끝난 지 2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국내에는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일부 교회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베리칩’에 의한 세계 종말설이 대표적이다. 포털사이트에서 ‘베리칩’을 검색하면 관련 카페가 50여 개 나온다. 고양시 A교회의 경우에도 오프라인 신도는 30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인터넷 카페 회원이 48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고신대 신학대학원 이성호 교수는 “베리칩에 의한 종말론은 요한계시록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비성경적 선동에 불과하다”며 “1990년대에 바코드를 짐승의 표라고 주장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2013년부터 의무적으로 미국에서 베리칩을 이식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고대 마야 달력에 근거해 ‘2012년 12월 21일’을 지구 종말일로 예측하는 이들도 많다. 마야 달력의 날짜가 올해 12월 21일에 멈춰져 있다는 데 근거해서다. 마야력을 토대로 2012년을 지구 종말로 묘사한 할리우드 영화 ‘2012’(2009년 개봉)도 있었다. 최근엔 2012년 종말설을 뒷받침하는 주장이 국내에서 나왔다. 충남대 나노소재공학과 김재수 교수는 “오는 12월 21일에 ‘플래닛X’로 명명된 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만큼 가까이 지나가게 되는데, 그 결과 지구 자전축이 틀어지면서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중견 기업을 운영하는 백모(55)씨는 종말에 대비한다며 지하 6층 규모의 벙커를 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진호 교수는 “플래닛X라는 행성이 12월 21일 지구와 가까워질 것으로 보이는 관측적 근거는 전혀 없다”며 “그 정도 이벤트였다면 벌써 과학계에 난리가 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이 시한부 종말론을 일종의 출구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광균 기자

◆베리칩(VeriChip·사진)=미국의 어플라이드 디지털 솔루션사에서 2001년 공개한 환자정보확인용 체내 인식칩. 마이크로칩에 해당 환자의 DNA 정보를 담아 주사로 사람 몸에 삽입할 수 있다. 이후 개발사가 인수합병되면서 포지티브ID로 이름이 바뀌고 200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베리칩이 성경에 나오는 ‘짐승의 표’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료보험개혁법으로 2013년부터 미국민들에게 베리칩이 삽입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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