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램, 낸드플래시보다 100배 빠르고 수명은 1000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한 512Mb P램 멀티칩패키지. [사진 삼성전자]

최근 반도체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반도체 고안’이다. 전자회사들은 더 작고, 전력 소모가 적으며, 더 많은 기능을 집어넣을 수 있는 반도체를 원한다. 그렇게 줄이고 줄여서 온 게 ‘20나노 D램’. 여기까지는 삼성전자가 개발을 선도했고, 그 덕에 시장의 리더가 됐다. 하지만 이 이상 줄이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거의 한계”라고도 한다. 얼마 안 가서 모든 반도체 회사가 기능에 별 차이가 없는 메모리를 찍어낼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남은 건 무한 가격경쟁밖에 없다. 이걸 피하기 위해 반도체 회사들은 기존과 전혀 다른 메모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기존 메모리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후보는 위상변화메모리(P램)다. 물질에 전류를 가하면 내부 구조가 변하는 원리를 이용한 반도체다. 전원을 끊어도 데이터가 그대로 보존되는 플래시메모리의 특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낸드플래시보다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100배 이상 빠르다. 수명은 1000배 길고, 전력은 훨씬 덜 먹는다. 2010년 세계 최초로 삼성전자가 휴대전화용 P램 개발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와 미국 IBM 역시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6년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자석의 원리를 이용한 자기저항메모리(M램)도 있다. D램에 비해 전력 소모가 약 1000분의 1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상용화를 목표로 일본 도시바와 M램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비휘발성저항메모리(R램)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전압을 가할 경우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이용했다. 내부 구조가 간단하고 소비전력이 적어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휴대기기용 메모리로 관심을 끌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의 성공 여부는 낸드플래시보다 낮은 가격에 대량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다. SK하이닉스 손경배 책임연구원은 “아직까지 기존 제품에 비해 제조 단가가 높아 상용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