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줄줄이 하향 … 세계 증시 ‘어닝 쇼크’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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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발표 시즌을 맞은 세계 증시에 ‘실적 충격(어닝 쇼크)’ 공포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2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발표한 118개 주요 상장사 중 77.1%가 최근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올 초보다 낮췄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 업종에 걸쳐 3분기 실적이 예상치보다 크게 떨어지는 어닝 쇼크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일주일 새 분석 대상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1.4% 하향 조정됐다”며 “특히 철강과 통신·항공·기계 업종 조정이 유독 컸다”고 덧붙였다.

 이대상 대신증권 퀀트 애널리스트는 “2분기 최종 추정치는 24조7000억원이었으나 실제론 17조3000억원에 불과해 30%의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며 “3분기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어닝 쇼크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전날보다 14.78포인트 떨어진 1926.81로 장을 마쳤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도 최악의 실적 시즌을 맞고 있다. 22일(현지시간) CNBC는 골드먼삭스를 인용해 “4분기 실적을 제시한 S&P500 기업 20곳 중 90%인 18개 기업이 전망을 낮췄다”며 “이런 수치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골드먼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투자전략가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실적 전망치 하향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상황은 특히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기업이 앞다퉈 실적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그만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중국 경제까지 둔화하고 있는 게 주요 요인이다. 세계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을 보였다. 특히 미국은 세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는 ‘재정 절벽’이 임박하면서 ‘실적 충격’을 넘어 ‘실적 절벽’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국내에선 이달 초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8조원대의 ‘깜짝 실적’을 낸 것을 제외하면 현대차와 포스코·SK 등 주요 기업의 최근 실적 전망치는 이달 초보다 떨어졌다. 특히 항공·해운·철강·통신·기계 등이 하락 폭이 커 어닝 쇼크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LG유플러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이달 초 403억원에서 최근 212억원으로 47.4% 떨어졌고, SK텔레콤은 15.4%, KT는 6.3% 각각 하향 조정됐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각각 17.4%, 8.1% 떨어졌다.

 이미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줄줄이 실적 충격을 보였다. 삼성테크윈이 전날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전 분기보다 30.4% 감소한 369억원이었다. 이는 이달 초 전망치(608억원)나 최근 전망치(545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이날 기업설명회를 한 포스코는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15조7390억원, 영업이익 1조620억원, 순이익 723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7.2%, 17.6% 줄어든 수치다.

 미국도 19일 현재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116개사의 순익이 1년 전에 비해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구글이 실적 충격을 기록하면서 정보기술(IT) 업종의 주가 하락을 불러오기도 했다.

 기업 실적이 언제쯤 회복세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실적 하향 추세는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2분기, 중국은 3분기에 각각 경기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기업의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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