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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파티]'아름드리 나무그늘' 시원한 포크·록

중앙일보

입력

비 개인 하늘 사이로 비추는 햇살이 어느새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우울한 뉴스, 고단한 현실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만들죠.

7월 3째 주 지친 여러분들에게 특별한 기쁨을 찾을 기회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주 유독 많은 실력파 가수들의 새 앨범들이 가요계를 빛내고 있는데요.

아름드리 나무그늘처럼 시원한 포크 사운드가 일품인 안치환의 새 음반, 올 가요계 최고의 앨범으로도 손색이 없는 노 브레인의 '비바! 노브레인' 등을 모아 소개합니다.

노브레인 '비바! 노브레인'

강렬한 펑크, 자유분방한 음악으로 크라잉넛과 함께 한국 인디 록을 이끌어온 노브레인이 두 번째 정규앨범 '비바 노브레인'을 발표했습니다.

결론부터 적자면 이들의 2집은 올 가요계를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을 명반입니다.

수많은 라이브 무대를 바탕으로 한 뛰어난 연주, 암울한 현실을 직시한 메시지는 가볍기 그지 없는 주류 가요계에선 만나기 힘든 진솔함으로 귀는 물론 마음 깊은 구석을 사로잡습니다.

얼마 전 '하수연가'로 음악적인 진보는 물론 대중적인 인기까기 거머쥔 크라잉넛에 이어 한국 인디 음악계의 저력을 선보일 음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1996년 결성 후 홍대 앞 '드럭'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이후 인디 밴드의 태생적 어려움과 멤버들의 군 입대 등 난제 속에서도 펑크와 한국 록을 결합한 강렬한 음악을 선보이며 눈에 띄는 진보를 거듭해왔습니다.

98년 음반 기획사 발전한 '드럭'에서 나와 스스로 '문화사기단'이란 레이블을 만들며 운신의 폭을 넓혔습니다. 한·일 록 무대를 넘나들며 펼친 4년여의 활동을 정리하며 지난해 선보인 첫 앨범이 '청년폭도맹진가'.

인디 밴드의 데뷔작으론 이례적으로 두 장의 CD를 꽉 채운 이들의 한국적 펑크에 록 마니아와 평론가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습니다.

2집 역시 기타리스트 차승우의 뛰어난 음악성이 빛을 발하는 가운데, 이성우(보컬)·황현성(드럼)의 작곡 비중이 늘어난 점이 우선 눈에 띕니다. 군 복무 중인 정재환(베이스)의 빈자리는 이규영·정무진이 대신했습니다.

펑크를 고집하지 않고, 한국의 전통적 록에 충실한 변화무쌍한 음악은 이들의 가능성을 한 껏 넓혔습니다.

첫 곡은 사회의 그림자에 칩거하고 있는 마이너들의 부활을 노래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노브레인 팬들에겐 비교적 부드러운 곡이지만, 이들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이성우의 보컬을 비롯한 강렬함이 다소 거북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차분히 한 곡 한 곡 트랙을 넘겨 짚다 보면 온갖 산해진미를 차례로 내놓은 풍성한 상처럼 다채로운 멋에 중독되고 맙니다.

70년대 모던 포크 록을 연상시키는 '어둠 속을 걷다', 80년대 그룹 사운드 음악을 충실히 재현해낸 '암중 모색' 등도 매력적인 곡들. 안티 서태지 운동 이후 인터넷을 통해 쏟아진 비난에 회의를 느껴 만들었다는 '거세'는 과격함의 극치를 내달립니다.

보사노바 풍의 라틴 퍼커션이 이색적인 '사람은'은 '암중 모색'에 이어 한국의 대표적인 재즈 타악주자 정경배의 협연이 빛을 발하는 곡. 아름다운 멜로디와는 대조적으로 '사람은 사람을 때리고, 사람은 사람에 죽어가누나…사람은 사람을 잡아먹고, 이 나라는 그렇게 썩어 가누나'라는 가사가 섬뜩합니다.

타이틀곡 '해변으로 가요'는 키보이스의 노래를 경쾌한 스카펑크로 리메이크한 곡입니다.당시 키보이스의 보컬이던 차중락이 노브레인 차승우의 큰아버지라는 점도 특별하군요.

안치환 '굿 럭'

'세상의 모든 것들은 중심을 향해 흘러간다. 폭포수처럼 산의 정수리에서 차고 맑게 흘러서 비겁과 거짓의 복판을 뚫고 간다.

중심을 잃어 어지러운 날 내 피를 보태어 사위어 가는 잊혀진 나무와 바람과 새와 희망을 빼앗긴 사람들의 동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면 안고 싶다.'

안치환은 새 앨범 '굿 럭'의 첫 곡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에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에 이어 시인 정지원과 다시 호흡을 맞췄습니다. 철학적인 가사와 함께 명료하고 아름다운 포크록 사운드가 일품입니다.

안치환은 80년대 민중가요를 시작으로 저항과 자유, 인간애 대한 사랑을 담은 음악으로 한국 포크음악을 이끌어온 가수입니다. 그의 15년 음악인생을 결산하는 7집 '굿 럭' 역시 그의 음악을 통해 반짝이는 생의 기쁨을 경험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더욱 정련된 자유 밴드의 연주와 함께, 안치환의 음악은 포크록을 바탕으로 한 층 성숙한 모습으로 만개했습니다. '우물안 개구리' '슬럼프' '위하여' 등의 곡들은 80년대 급박한 청년기를 거쳐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동년배 가요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김민기의 원곡을 시원스러운 연주로 되살려낸 '철망 앞에서'는 오랜 포크 밴들에게 반가울 곡. 아직도 일그러진 역사를 청산하지 못한 조국의 치부를 노래한 '매향리의 봄'은 '민중가수'로서의 그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김진표의 현란한 음악성이 절정에 달한 세 번째 랩 솔로 앨범 'JP 3', 윤도현 밴드의 신보 등도 한국 가요의 자존심을 세울 수작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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