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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은 제2 인생, 통증 없이 건강한 삶 위해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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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주 회장은 “재활은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짜장면 왔습니다. 여기가 ‘부활과’ 맞죠?” 야근 중 끼니를 때우기 위해 중국음식을 시킨 재활의학과 의사들 앞에 배달원은 난데없이 ‘부활과’를 찾았다. 재활의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해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벌써 38년 전 일이다. 1974년 당시 재활의학과 전공의였던 대한재활의학회 김세주 회장은 “사람들이 재활의학과라는 단어를 한 번에 알아들은 적이 거의 없었다”며 “두 번 설명하기 귀찮아 소아과를 전공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재활의학과는 앞다투어 전공의 수련을 받고 싶어하는 인기과가 됐다. 현재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1520명. 전국 1300여 곳의 병원에서 재활의학과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그만큼 우리 생활에 밀접한 과가 되었다는 방증이다. 38년 동안 재활의학에 몸 담아온 김 회장은 우리나라 재활의학 역사의 ‘산증인’이다.

재활의학, ‘100세 시대’ 삶의 질과 직결

올해로 대한재활의학회가 창립된 지 40년이 됐다. 그동안 재활의학은 괄목할 정도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재활의학 수요는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며 “심신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재활은 곧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기의 재활의학은 장애인 재활이 중심이었다. 뇌졸중·척수손상·사지마비·뇌성마비 등의 중증 환자를 치료했다. 하지만 재활의 범주가 점점 넓어졌다. 현재는 각종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모든 이가 재활 대상이다.

 재활의 목적은 ‘건강한 삶’이다. 재활의학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발간한 책 제목 역시 『건강한 삶』(중앙일보헬스미디어 출판)이다. 일반인들이 재활의학을 쉽게 이해하고,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모았다. 김 회장은 “책 제목은 재활의학이 추구하는 목표와 일맥상통한다”며 “재활은 우리 모두의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운동은 중요한 ‘생활 속 재활’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재활에는 무엇이 있을까. 신발을 고르는 것도 재활의 범주에 속한다. 김 회장은 “발이 아프면 온 몸이 아프다. 제대로 된 신발을 선택해 통증과 장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유행하는 워킹화를 고를 때는 먼저 뒤축이 단단하고 뒷굽에 쿠션이 있는 것을 선택한다. 신발 전체가 뒤틀림이 없고 앞 볼은 잘 구부러지며 공간이 넉넉해야 한다.

 운동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재활방법이다. 김 회장은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줄어들어 약해진다”며 “그러면 뼈도 쉽게 부러진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추천하는 재활운동은 네 가지다. 첫째, 똑바로 앉거나 선 상태에서 어깨를 ‘으쓱’하고 위로 올렸다가 내린다. 둘째, 양팔을 하늘을 향해 쭉 올린다. 셋째,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한쪽 무릎을 손으로 감싸고 가슴에 닿도록 올린다. 넷째, 반대로 가슴이 무릎에 닿게끔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몸통을 무릎 쪽으로 숙인다. 김 회장은 “시간 날 때마다 이 동작들을 실천하면 어깨·무릎·허리 등의 통증이 절반 정도 사라진다. 특히 오십견·요통·근막통증후군 환자에게 좋다”고 말했다.

재활, 민간요법과 달라

요통 환자는 아침에 일어나는 자세도 중요하다. 대부분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바로 몸을 일으킨다. 하지만 옆으로 돌아누운 자세에서 몸을 일으키면 허리통증이 완화된다. 김 회장은 “이처럼 생활 속 재활은 매우 간단하다”며 “환자들이 사소한 동작에도 몸이 달라진다며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요즘엔 병원을 찾는 목 디스크 환자가 많다. 컴퓨터·스마트폰 사용으로 목이 거북목처럼 앞으로 나와서다. 김 회장은 “평소 턱을 살짝 내린 상태에서 머리가 양 어깨 정가운데 위치하도록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 생활 속 재활은 민간요법과는 전혀 다르다. 김 회장은 “수근관증후군으로 손이 저리거나 근육 마비가 왔을 때 스스로 침이나 부황을 뜨는 환자들이 있다”며 “이는 말초신경 손상으로 마비된 근육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쳐 회복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 김 회장은 특정 부위가 저리고 찌릿하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38년 전, 멋모르고 재활의학에 뛰어든 김 회장은 국내 재활의학계의 원로급이 됐다. 그녀는 재활을 이렇게 정의했다. “재활이란 제2의 인생이다. 통증 없이 온전히 걷고 건강하게 생활하게끔 하는 무한한 자유다.”

오경아 기자

김세주 회장이 말하는 건강 유지 비법

일주일에 두세 번, 1~2시간씩 공원 걷기
→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의 운동을 선택해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료 중간이나 잠들기 전에 틈틈이 맨손 체조
→ 운동은 신체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무릎·어깨 등 약한 부위의 맨손 체조를 생활화한다.

튀김 등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채소나 생선, 짜지 않은 맑은 국 위주로 섭취
→ 짜고 기름진 음식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므로 삼간다.

쉬는 날에는 전시회·음악회 등 문화생활 즐기기
→ 자신만의 여가생활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다.

김세주 회장 약력

· 고려대 구로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 대한발의학회 회장 역임
·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이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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