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파묻혀 … 쉬는 시간에도 복도 조~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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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5일 오후 1시 서울 노원구의 A중 운동장. 남녀학생 1100명이 다니는 이 학교는 점심시간인데도 운동장에서 뛰노는 학생이 대여섯 명밖에 되지 않았다. 학교 계단과 복도도 한산했다.

이유는 곧 확인됐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보니 대부분의 학생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게임을 하던 남학생들은 “아~ 망했다” “다시 해”를 연신 외쳤다. 여학생들은 ‘카카오톡’으로 채팅을 하거나 ‘애니팡’ 같은 게임을 하느라 조용했다. 2학년 이모양은 “교실에 있는 친구와도 채팅으로 대화하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한모(48) 교사는 “전에는 쉬는 시간만 되면 운동장과 복도에 학생들이 몰려 나왔는데 요즘은 대부분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갖고 논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학교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중·고생 상당수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 쉬는 시간은 물론 수업시간에도 ‘모바일 유혹’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선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막으려는 교사와 몰래 쓰려는 학생 간 숨바꼭질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이를 둘러싼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만 5~19세)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올 6월 현재 67%에 이른다. 2010년 말(7.5%)보다 여덟 배가량 늘었다. 스마트폰에 몰입하는 학생도 급증했다. 행정안전부가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 비율(11.4%)이 일반 인터넷 중독률(10.4%)을 앞질렀다.

 취재진이 A중 학생 84명에게 물어보니 36명(42.8%)이 “수업 중 몰래 써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2학년 김모군은 “잘못인 줄은 알지만 계속 보고 싶은 호기심에 수업 중에도 스마트폰을 만지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업 중에 스마트폰을 쓰는 학생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압수한다. 그때마다 학생들은 거세게 항의한다. 경기도 양평의 B고 김모(47) 교사는 몇 달 전 수업 중 스마트폰으로 채팅하던 학생을 발견해 기기를 압수했다. “쓴 적 없다”고 발뺌하던 아이는 결국 욕설과 함께 스마트폰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지난해 대구에선 고교 2년생이 기기를 달라는 교사에게 접이식 칼을 휘두르기도 했다.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항의도 적지 않다. 인천 부평구 C여중의 한 교사는 카카오톡을 쓰던 학생의 전화기를 압수했다가 학부모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았다. “등하굣길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는 수단인데 교사 마음대로 빼앗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스마트폰과 일반 휴대전화를 함께 가져오기도 한다. 교사가 수업 전에 휴대전화를 걷는 경우 일반 전화를 제출하고 스마트폰은 계속 사용하는 방식으로 교사의 눈을 피한다. 사실상 규제가 어렵자 궁여지책으로 조건을 달아 스마트폰 사용을 허가하는 교사도 있다.

경기도 D고의 몇몇 교사들은 최근 ‘50분 수업 중 30분 동안 아무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나머지 20분간은 써도 좋다’고 고지했다. 동료 교사는 “이렇게라도 해야 수업시간 내내 아이들과 스마트폰을 두고 숨바꼭질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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