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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원짜리 단독주택 들어가보니 '어마어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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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80억원짜리 집. 웬만한 사람은 감이 잘 잡히지 않겠다. 1만원짜리 100장을 묶은 돈다발 두께가 1.1㎝라고 하니 88m 높이의 돈 탑을 쌓을 수 있다. 어떤 집일까. 높은 분양가로 화제가 된 경기도 판교신도시 ‘산운 아펠바움’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서울 강남역에서 강남대로를 따라 강남구 세곡동에 접어들면 경기도 용인~서울 고속도로 헌릉 나들목이 나온다. 고속도로를 타고 15분쯤 달리면 서판교 나들목이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청계산 국사봉 자락으로 3분 정도 올라가니 고급스러운 타운하우스가 줄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중에서도 청계산 자락에 가장 가까운 단지가 산운 아펠바움이다.

SK D&D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판교동에 2010년 10월 분양하기 시작한 이 단지는 가장 싼 것이 가구당 분양가 31억원, 비싼 것은 80억원에 달해 화제가 된 34가구 단독주택단지다. 전용면적은 176~311㎡로 다양하다. 분양된 지 거의 2년 만인 지난달 입주를 시작했다.

“군더더기 없는 세련미 추구”

졸졸졸~. 보안요원 2명이 지키는 입구를 통과하니 단지 꼭대기에서 입구로 흘러내리는 생태수로가 눈에 들어온다. 지형의 경사를 살린 설계 덕분에 산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 같은 느낌이다. 건축 설계를 맡은 미국 설계사무소 OSKA의 대표 짐 올슨(Jim Olson)의 감각이다.

‘자연도 건축의 일부’라는 그의 생각은 단지 안 곳곳에 녹아 있다. 생태수로는 물론 생태폭포·생태연못 및 습지도 있다. 옥상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모든 가구마다 옥상에는 흙을 덮고 자생력 강한 이끼를 깔아 지열·단열효과를 노렸다.

계단식으로 층층이 자리를 잡고 위로 올라갈수록 비싸다. 입구 쪽 단층 7가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지상 2층이다. 가구마다 전용면적의 40%가 넘는 정원이 있다. 가구당 서너 개씩 있는 방 앞에는 각각 널찍한 발코니가 있어 작은 정원을 꾸밀 수 있다.

단지 가장 위쪽 310㎡형에 들어가 봤다. 가장 비싼 80억원짜리다. 황금 촛대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화려함을 기대했지만 다소 의외다. 오히려 검은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단아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이 단지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배대용(건축가) B&A 대표의 작품이다. 그는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의 펜트하우스, 서울 성북동 고급 단독주택 등의 인테리어 실적이 있다. 그는 “이전엔 장식 많은 화려하고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부유층이 선호했다면 요즘은 단순하고 친환경적인 인테리어를 좋아하는 편이다. 장식을 가급적 배제하고 군더더기 없는 세련미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인테리어는 단순하지만 집안 곳곳을 찬찬히 둘러보니 최고급 주택답다. 모든 가구의 창문은 3중 창호로 단열은 물론 자외선 차단 기능까지 있다. 바닥은 이탈리아의 명품 원목마루 브랜드 가조티 제품을 깔았다. 3.3㎡당 20만~35만원 정도다.

주방은 주부들의 별천지일 듯싶다. 주방가구는 독일 라이히트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싱크대 가격만 7000만~1억원 한다. 냉장고와 별도의 냉동고·식기세척기·커피머신·와인셀러·드럼세탁기·빨래건조기까지 있다. 모두 독일 밀레 제품이다.

냉장고 값이 2000만원이고 웬만한 가전제품은 수백만원 이상이다. 침실 붙박이장은 독일 인터립케로 했다. 작은 수납장이 2000만원 이상 가는 고가 브랜드다. 욕실 비데는 평균 가격 700만원 선의 일본 토토 제품이다.
 
1000억원대 재산가와 전문직 입주 많아

외국산 고급 브랜드의 경연장이지만 입주자 대부분 제각각의 인테리어를 추가한다. SK D&D 고명덕 분양소장은 “이사 전에 추가 인테리어 비용으로 보통 3억~4억원 정도 쓴다. 일부 가전제품을 떼내고 더 비싼 것을 설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곳에 누가 살지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언론을 탈 정도의 유명 인사는 거의 없지만 1000억원대 자산가는 여럿 있다고 한다. 대부분 중견기업의 경영자이거나 의사·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 대기업 임원들이다. 연령대는 예상보다 다소 낮았다.

40~50대가 70%이고 나머지는 60대 이상이다. 고급주택 전문 분양업체인 신조M&D의 김정수 팀장은 “서울에 인접했다는 강점 덕분에 활발히 사회활동을 하는 중장년층을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개 경기도 성남 분당이나 용인, 서울 강남에서 이주해 왔다. 세대원은 적은 편이다. 부부만 단 둘이 사는 집도 적잖다.

분양가 80억원으로 단지 내 최고가인 310㎡형을 포함해 일부는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310㎡형은 대지 지분이 804㎡로, 분양가의 73%인 58억8000만원이 땅값이다. 3.3㎡당 2400만원이 넘는 셈이다. 인근 단독주택 땅값은 3.3㎡당 15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조망이 좀 아쉽다. 1층에서는 정원과 앞집만 보인다. 2층에선 앞집이 단층인 몇몇 가구만 남서울CC 골프코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부동산중개업체 판교로뎀공인의 임좌배 사장은 “이제 입주가 시작인 데다 거래가 없어 시세를 가늠하긴 어렵다”고 했다.

최현주 기자

사진1.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 산운 아펠바움 전용 310㎡형은 1층에 거실·주방과 별도의 식당이 있다. 단아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사진2. 거실 앞에 펼쳐진 정원
사진3. 700만원짜리 비데가 있는 욕실
사진4. 미니정원으로 꾸밀 수 있는 발코니가 딸린 침실
사진5.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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