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대단지 아파트 값이 더 내렸다니…시장 통념 파괴?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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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최근 한 부동산정보업체가 10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 아파트 값이 소규모 단지보다 아파트 값 하락폭이 더 컸다는 자료를 내놨다.

올들어 9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값은 평균 5.2% 하락한 반면, 3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는 1.6% 떨어지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강남권 대단지 아파트의 가격 하락이 두드러졌다. 구별로 살펴보면 서초(-8.7%)가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고 강남·강동·양천구(-7.2%)와 송파구(-7.1%)가 뒤를 이었다.

흔히 아파트를 선택할 때 대단지를 선택하라고 이야기 한다. 단지 내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데다 관리비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형 단지에 비해 거래가 꾸준히 이뤄져 환금성도 좋다.

대단지 아파트가 소형보다 3배 더 내려

대단지는 무엇보다 지역 시장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인식돼 주변보다 높은 시세를 보이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통념이 깨진 걸까?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부동산 투자 상식이 송두리째 뒤집힌 걸까?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이 자료가 나간 뒤 대부분의 매체들이 통념이 깨졌다고 보도했으나 전문가들과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은 좀 다르게 본다.

상대적으로 주변 단지에 비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가격 저항 등으로 더 많이 내릴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통념 자체가 깨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통계상 수치가 이렇게 나온 걸까? 전문가와 중개업소는 ‘거래량’에서 답을 찾는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지금처럼 집값이 약세일 때도 그나마 거래되는 단지는 대단지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많다보니 가격 하락 폭이 통계에 그대로 잡힌다는 얘기다. 반면 소규모 단지는 가격을 내려 내놔도 거래 자체가 안 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 폭이 둔하다는 것이다.

거래량은 대단지가 월등

실제로 한달 전 또다른 정보업체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거래건 수 40건 이상인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대단지였다. 6월까지 거래 물건이 40건을 넘긴 곳은 총 13개 단지가 있었는데 강남권에 10곳, 비강남권이 3곳으로 집계됐다.

▲ 주택 시장 침체 속에서도 대단지 아파트 거래는 꾸준한 편이다. 서울 강남권의 한 대단지 아파트.

강남권 단지 10곳 중 상위권을 차지한 단지는 대부분 재건축 단지였다. 재건축 단지 다음으로 거래량이 많았던 단지는 2000가구 이상인 잠실동 엘스(82건), 리센츠(71건), 트리지움(59건), 문정동 올림픽훼밀리(48건)였다.

비강남권 단지 가운데 거래양이 가장 많았던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역시 5327가구에 이른다. 이들 단지의 공통점은 대단지에 역세권 단지다.

결과적으로 두 정보업체의 결과를 종합하면 수요는 많은데(거래량)은 많은 데 가격은 더 내렸다는 얘기가 된다. 대단지 아파트 값이 더 내렸다는 조사 결과를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이를 전문가들은 착시효과라고 설명한다. 집값 하락기에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이 던지는 급매물이 꾸준히 팔려 나가면서 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비춰진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거래가 안되는 데 시세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하다”며 “소규모 단지의 경우 매도 호가만 있지 거래 가격이 없으므로 대단지와의 가격 하락 폭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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