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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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는 않았습니다만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지난 11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국정감사장에서 정창영 사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주체인 드림허브의 ‘자본금 증자’ 계획에 대해 코레일 내부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데 대한 국토해양위 김관영 의원(민주통합당)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김 의원은 “코레일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전략상의 변화가 있었던 것인데 코레일의 경영전략회의 또는 내부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느냐”고 따졌다.코레일이 용산국제업무지구를 통합 개발로 추진하다가 서부이촌동 개발을 나중 단계로 미루는 단계적 개발로 변경하고, 드림허브의 자본금을 18500억원 증자하려는 계획의 절차적 합법성을 물어본 것이다.정 사장은 “이사회에서 정식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아니고 상관이 있는 협상과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사회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진행하겠다”고 다소 모호하게 답했다.내부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드림허브 이사진들과 협상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이야기다.코레일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위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단계적 개발’과 ‘수권자본금 증자’, ‘용산역세권개발(AMC) 지분 45.1% 인수’는 향후 코레일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는 계획이다.사업이 예정보다 최소 36개월 이상 지연되고 이로 인해 최소 수천억원대의 손실이 생길 수 있다.이견을 가진 출자사와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집단 소송이 불가피하다. 일부 출자사는 단계적 개발로 전환하면 당초 코레일이 토지를 팔 때 계약 내용과 달라지기 때문에 계약 위반이 되므로 기존에 납부된 토지대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3년 가까이 통합개발을 전제로 서부이촌동 주민을 설득해 받은 ‘주민동의서’를 다시 받아야 할 가능성도 크다.

코레일은 단계적으로 개발해도 결국 나중에 개발하므로 주민동의서를 다시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법률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2월 취임후, AMC 박해춘 회장 한 번도 안만나

정 사장은 이렇게 회사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을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는 물론 기본적인 경영 사안을 논의하는 ‘경영전략회의’에 조차 단 한번도 상정하지 않았다.사업을 공동을 추진하는 드림허브 30개 출자사들의 이야기를 듣는데도 소홀했다.

정 사장은 지난 2월 취임한 이후 드림허브를 대신해 사업 실무를 맡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AMC)의 박해춘 회장으로부터 단 한차례 사업 보고도 듣지 않았다.박 사장은 수차례 찾아가 브리핑을 하겠다고 요청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AMC 지분 인수를 놓고 충돌하고 있는 2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의 김기병 회장과도 만난적이 없다.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이 정기적으로 박회장의 보고를 받고 김기병 회장은 물론 주요 출자사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정사장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의지가 없다. 내년 분양 계획이 낙관적이지 않으니까 무작정 사업을 미루려고 저러는 것 같다”는 출자사들의 의혹은 그래서 더 증폭된다.코레일은 현재 수권자본금을 3조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AMC를 맡고 있는 롯데관광개발이 외부투자자 모집에 소홀했다며 스스로 나서겠다고 한다. 하지만 코레일은 스스로 지속적으로 사업의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있다.다른 출자사들과 소통하기는커녕 공감할 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사업 추진 주체가 스스로도 사업성을 우려하는 마당에 새로운 외부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땅값만 8조원이 넘고, 30조원이 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다.정 사장은 정말로 사업 추진에 의지가 없는지 답해야 한다.

사업계획을 변경하려면 절차를 거쳐 출자사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얼렁뚱땅 시간만 끌어선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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