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분양 ‘중소형 천하’… 59㎡ 펜트하우스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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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가을 주택 분양시장에 ‘다이어트’ 바람이 거세다. 신규 분양주택의 크기 줄이기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주택시장 동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대형 주택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잇따른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도 중소형에 유리하다.

 중대형 주택 전유물로 여겨지던 초고층이나 조망권이 좋은 아파트에서도 요즘 중소형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견본주택 문을 연 최고 55층의 인천시 송도지구 캠퍼스타운은 주택형을 당초 전용 84~142㎡에서 59~101㎡로 바꿨다. 전용 85㎡ 초과 중대형 비율이 49%에서 27%로 낮아졌다. 주택 크기는 전용면적 기준으로 평균 100㎡에서 83.8㎡로 작아졌다. 이 아파트 박근환 분양소장은 “늘어나는 중소형 주택 수요를 반영해 전용 59㎡형을 최고층 동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최고 60층으로 짓는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 Y시티는 최근 사업계획을 변경해 중대형 비율을 71.5%에서 36.7%로 확 낮췄다. 송도지구 내 잭니클라우스골프장 옆에서 다음 달 분양 예정인 더샵마스터뷰(1861)의 4가구 중 3가구가 중소형으로 구성된다. 원래 계획은 정반대로 중대형이 대부분이었다.

 땅별로 집 크기가 정해져 있는 공공택지에선 중대형 주택용지의 중소형 전환이 한창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택지 주택용지 변경을 허용한 지난해 5월 이후 전국에서 47개 필지가 분양받은 업체 측의 요청에 따라 중소형 용지로 바뀌었다.

 신도시들은 중소형 중심으로 개발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경기도 양주신도시 내 옥천지구는 중대형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의 면적을 114만여㎡에서 76만여㎡로 3분의 1 줄였다. 지난 3월 파주신도시 내 운정3지구의 중대형 용지도 28% 축소됐다. 분양대행사인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그나마 중소형이 시장 침체의 타격을 적게 받고 있어 공급이 중소형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전국적으로 중소형 아파트는 1% 넘게 오른 반면 중대형은 하락했다(-0.03%). 분양시장에선 중대형 청약자를 찾기 힘들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긴 전매제한 기간이 중소형의 약점이었는데 지난 7월 말부터 중소형 전매제한이 유명무실해졌다. 민영아파트의 경우 길어야 계약 후 1년이다.

 이에 따라 분양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중소형 천하’다. 지난달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 8975가구 가운데 중소형이 10가구 중 8가구꼴인 7454가구였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엔 중소형이 30.6%였다.

 주택사업이 위축된 가운데 중소형 확대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집 크기가 줄면 가구 수가 늘어나서다. 공공택지 내 중대형 용지 47개가 중소형으로 바뀌면서 건립가구 수가 2만6178가구에서 3만3175가구로 26.7% 증가했다. 양주·신도시에서도 6844가구가 늘어난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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