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공무원 통근버스 운행, 주민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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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등 오송지역 6개 국책기관 공무원을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 실어 나르는 통근버스가 충북 청원군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을 빠져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의 통근버스 운행 결정은 세종시의 조기정착을 바라는 지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이번 결정을 철회하라.” 지난 16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정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편의를 이유로 통근버스를 운행키로 결정한 것을 비판했다. 정부는 최근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출퇴근을 위해 내년에 74억5000만원을 들여 서울·수도권과 세종시를 오가는 통근버스 30대(40인승)를 운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매일 1200여 명이 통근버스를 타고 출퇴근하게 된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올해 4138명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무원 1만3425명 가운데 세종시 등 현지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공무원이 62%인 8390명에 그친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 가운데 올해 입주가 가능한 첫마을 1·2단계 당첨자는 1000여 명으로 나머지는 1~2년간 전·월세를 살거나 출퇴근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이 같은 논리를 내세워 내년에 통근버스를 운행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9월 수도권~세종시 간 출퇴근버스를 운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달여 만에 방침을 번복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공무원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KTX오송역과 세종시 간 셔틀버스만 운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으로 이전한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출퇴근버스 운행은 2010년 12월 충북 오송으로 이전한 식약청 등 6개 국책기관에서 먼저 시작했다. 이들 6개 기관은 직원들이 이주를 꺼린다며 이전 직후부터 수도권 9개 지역과 오송을 연결하는 출퇴근버스 11대를 운행하고 있다. 이 버스를 이용하는 직원은 식약청 340여 명 등 900여 명으로 6개 국책기관 전체 직원 2500여 명의 36% 규모다. 여기에다 기획재정부는 오송 국책기관 출퇴근버스 11대의 운행을 2013년까지 연장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연간 7억9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 여파로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4000여 가구의 아파트에서 한때 미분양이 속출했다.

 오송 국책기관에 이어 세종시로 이전하는 정부부처마저 출퇴근버스 운행이 결정되자 충청권 주민들은 ‘세금낭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출퇴근으로 하루 4시간 정도를 허비하면 행정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행정 비효율’을 지적하고 나섰다. 충청권 시민사회단체는 각 정당과 18대 대선 여야 후보들에게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그럴 거면 뭐 하러 이전하느냐. 다시 서울로 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김형돈 공동의장은 “세종시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이주하지 않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장기간 출퇴근하면 교육·의료시설 설치 지연으로 건설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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