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가게 10돌, 나눔 더하기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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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주년을 맞는 아름다운가게 이기대 상임이사. [김도훈 기자]

“저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잘 이용해 혜택을 받고 살았습니다. 이제는 내가 받은 것들을 사회에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영리 공익재단 아름다운가게가 17일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이기대(49) 상임이사는 “아름다운가게의 가치를 잃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의 경영 경쟁력을 갖추는 게 새로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 경영인 출신이다. 지난 6월 아름다운가게가 최초로 실시한 외부 공모에서 상임이사로 선임됐다. 한양대와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국내의 외국 법인 회사에서 근무했다. 2001년 미국으로 이주해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에서 일하다 호텔 CEO로 변신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바쁜 사장님’으로 살던 그가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기로 한 배경은 무엇일까. “살아온 날을 돌아보며 ‘내가 받은 걸 되돌려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전문 경영인 출신답게 이 이사는 아름다운가게의 경영 지표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은 벤처 기금이 빠지면 무너져버리는 벤처생태계와 비슷하다”며 사회적 기업의 경영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은 보조금이 없으면 독자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사회적 기업도 탄탄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는 1997년 마이크로소프트 한국법인 재직 시절 빌 게이츠 회장을 수행한 적이 있다. “편하게 ‘빌’이라고 부르게 하는 빌 게이츠로부터 수평 경영의 가치를 배웠다”고 했다. 아름다운가게도 수평 조직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름다운가게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10년 전 창립했다. 서울시장에 당선 되기 전인 지난해 9월까지 총괄상임이사로 재직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아름다운가게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이 이사는 “본의 아니게 정치색이 덧입혀진 게 걱정스럽다”면서도 “분명한 건 비정치적 조직이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 아름다운가게가 할 일을 묵묵히 하며 (정치 조직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진정성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이현 기자 <2str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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