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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시장 "천민촌 출신 야쿠자 아버지" 보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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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하시모토

차기 총선거에서 다수당 등극을 선언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3) 오사카 시장(일본유신회 대표)이 자신의 ‘출신 성분’을 건드린 아사히(朝日)신문에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다.

 하시모토 시장은 17일 “최근 ‘주간 아사히’에 나의 가계(家系)를 둘러싼 부적절한 기사가 나왔다”며 “이제부터 아사히신문과 아사히방송(오사카)에 대한 취재를 전면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현 정치적 행동에 부친의 태도와 생활이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아사히에) 묻고 싶다”며 “나의 뿌리를 파헤치는 게 보도의 목적이라고 (주간지는) 밝히고 있지만 이는 혈맥(血脈)주의, 신분제로 연결되는 극도로 끔찍한 사고방식”이라고 비난했다.

 ‘주간 아사히’는 이날 발행한 최신호에서 ‘구세주냐 중우(衆愚·어리석은 집단)의 왕이냐’란 제목의 ‘하시모토 시리즈’를 시작했다.

 시리즈 첫 기사에서 ‘주간 아사히’는 야쿠자 출신으로, 1976년 하시모토 시장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자살한 하시모토의 부친 유키미네(之峯)에 초점을 맞췄다. 기사는 유키미네(之峯)가 오사카 야오(八尾)시의 ‘부라쿠’(部落·백정 같은 최하층 계급이 모여 사는 마을) 출신이고, 도박을 일삼던 ‘야쿠자’ 출신이었다고 폭로했다. 일본에서 ‘부라쿠’는 일본의 전근대 신분제도에서 가장 차별을 받았던 소수 집단이다. 가계도도 상세히 소개했다.

 ‘주간 아사히’는 또 유키미네의 먼 친척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나라(奈良)의 소년형무소에서 씨름과 싸움을 익힌 뒤 쓰다구미(津田組)란 야쿠자 조직에 들어갔다”며 “온몸에 용 무늬 문신을 하고 다녔으며 가스관을 입에 물고 자살했다”고 밝혔다. 하시모토 시장의 사촌이 금속 야구방망이로 살인을 해 구속됐던 경력도 폭로했다. 하시모토 시장의 ‘출신’은 일본 정치권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지만 그동안 일본의 주요 신문 등은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하시모토 시장은 “정책 논쟁을 하지 않고 선조를 철저하게 조사해 폭로한다는 건 언론 자유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며 “신분제도를 긍정하는 듯한 언론기관은 독일 나치의 민족 정화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고 말했다.

 하시모토는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한 뒤 편모 슬하에서 자랐지만 와세다(早稻田)대 경제학과 졸업 후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이후 변호사 생활을 거쳐 오사카부 지사를 역임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이날 “하시모토 시장의 발언을 현재 확인 중”이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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