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형이 ‘도피성 출국’ 의혹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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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특검팀의 주요 조사 대상자인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이 수사 개시를 앞두고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의 출국은 소환조사를 모면하기 위해 도피성 출국을 했다는 의심을 자초한 행동이다. 특검 조사에 협조해야 할 대통령의 형이 면구스러운 논란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팀은 어제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등 조사 대상자 10여 명에 대한 출국금지로 수사를 시작했다. 특검팀은 시형씨에게 부지 매입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신청을 했으나 이 회장은 이미 그제 출국한 상태였다. 이 회장이 수사 개시 직전에 돌연 출국한 데 대해 다스 측은 “중국으로 출장을 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 청와대 측은 “우리가 말할 사안이 아니다.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한다.

 앞서 검찰 수사에서 시형씨는 큰아버지인 이 회장에게 차용증을 써주고 6억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아버지에게 되팔 부지를 사기 위해 본인 명의로 돈을 빌리고 연 5% 이자까지 부담했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회장에 대한 조사는 진실 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 회장은 즉시 귀국함으로써 “특검 수사를 방해하려는 대통령 일가와 그 측근 차원의 사전 공모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 특검 수사는 지난 6월 검찰이 시형씨 등 관련자 7명 전원을 불기소 처분한 뒤 국민적 비판 여론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만약 이 회장이 귀국을 미뤄 수사에 차질을 준다면 이 대통령의 정치적·도덕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대통령의 작은형 이상득 전 의원은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도 남의 일 보듯 하지 말고 이 회장을 조기에 귀국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 일가가 더 이상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