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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부실한 부실 저축은행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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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임미진
경제부문 기자

“모회사는 넘어갔지만 경기저축은행은 괜찮았는데…. 관리를 맡은 쪽이 아무것도 안 하니 자꾸 쪼그라들 수밖에요….”

 한 수도권 저축은행의 대표 A씨. 그는 요즘 예금보험공사가 관리 중인 저축은행들 사정이 말이 아니라며 혀를 찼다. 경기저축은행은 모회사인 한국저축은행이 퇴출된 뒤 예보 관리를 받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이 회사 실적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지난해 6월 말 11.6%였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년 만인 올 6월 말 -2.86%로 떨어졌다.

 A씨는 “아무리 모회사가 넘어갔다지만 회사가 망가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속을 들여다봤다. 경기저축은행은 한국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5월 이후 대손충당금을 220억원 쌓았다. 예금을 크게 줄였고(-26.8%) 대출은 더 많이 줄였다(-34.3%). 조금만 이상해도 충당금을 쌓고, 조금만 위험하다 싶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은 것이다. 아예 장사를 포기한 셈이다. 경기저축은행 관계자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신규 대출이나 영업을 아예 않고 있다”며 “사실상 손발 묶고 영업정지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저축은행뿐이 아니다. 예보가 관리 중인 저축은행들은 예외 없이 BIS 비율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했다. 관리를 제대로 못할 바엔 아예 팔아치우면 좋으련만 예보는 이들 회사를 팔기 위해 공개 설명회 한 번 한 적이 없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예보가 관리 책임을 피하려고 저축은행이 말라 죽을 때까지 그냥 지켜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예보 관계자는 “(모회사가 영업 정지된 이후) 괜찮은 거래처가 다 끊겨 대출을 해줄 곳이 없다”며 “퇴출 저축은행 정리 업무에 바빠 매각을 적극 추진할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마침 15일 국정감사에선 예보의 부실 저축은행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부실 관리에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빨리 손을 드는 게 낫다. 그게 예보나, 투자자·납세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