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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따라 동남아 가는 제주감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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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인도네시아 바이어 아가타(오른쪽)와 롯데마트 신경환 과일 담당 상품기획자(MD)가 제주도 서귀포의 감귤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아가타는 롯데마트 현지법인 소속으로 감귤을 수입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사진 롯데마트]

지난 4일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의 한 감귤농장. 가무잡잡한 피부의 인도네시아인 두 병이 1만968㎡(약 3320평) 규모의 감귤 농장에 있는 1100그루의 감귤 나무 사이를 돌며 아직 덜 익은 녹색 감귤을 꼼꼼히 살펴봤다.

이들은 롯데마트 인도네시아법인 신선식품 상품기획자(MD)인 아리프(38)·아가타(33·여) 바이어. 아가타 바이어는 녹색 감귤 껍질 위에 앉은 하얀 물질을 손으로 문질러 보며 “혹시 농약이 아니냐”고 물었다. 농장주 정굉대(68)씨의 답은 “아니다. 주황색으로 빨리 바뀌도록 해주는 물질이다.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것이었다. 감귤을 직접 맛본 아리프 바이어는 “아직은 좀 단맛이 덜하다. 덜 익은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까지 배에 실려 가다가 감귤이 훼손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수출을 하게 되면 포장에 특별히 신경써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들이 둘러본 농장에서 수확할 감귤 중 11t은 인도네시아로 전량 수출하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농장주 정씨는 올 5월 제주중문농협에서 수출참여농가 30곳을 모집한다는 말에 지원했다. 그는 “수출농가로 지정되면 농협에서 관련 교육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고, 병충해 관리에도 더 신경써야 해 여러모로 손이 더 많이 간다”면서도 “수출 판로가 확보돼 좋다”며 웃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1월 제주농협연합사업단과 연계해 30t가량의 감귤을 인도네시아 롯데마트 점포에 내보냈다. 올해 수출량은 100t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리프 바이어는 “중국산 감귤은 씨가 있지만 제주산은 씨가 없고 당도도 더 높아 인도네시아인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세계로 가면서 마트와 함께 해외로 가는 식품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그동안엔 주로 가공식품 수출에 그쳤던 것을 롯데마트는 신선 농산품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0년 말 인도네시아에 22개, 베트남 2개 점포가 자리잡아 판로가 확보되자 본격적인 신선식품 수출에 나섰다. 새송이·팽이버섯을 인도네시아 현지 점포에 처음 선보였다. 이듬해에는 품목을 과일로 확대했다. 그 뒤 수출 품목은 참외·복숭아·사과·배·포도로 다양해지고, 수출 물량도 2010년 0.5t에서 110t으로 늘었다. 동남아 현지에선 찾기 힘든 버섯류, 선진국 수출에서 품질이 검증받은 채소류, 당도가 높고 열대과일과는 다른 맛을 지닌 과일류 등이다.

 현재 롯데마트의 해외 점포는 중국(100개)이 제일 많지만 중국이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신선식품 수입을 꺼리고 있어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신선식품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품목을 쌀·파프리카 등으로 확대하고, 수출 물량은 2013년 220t, 2014년 540t으로 늘려 나간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대형마트를 통해 가공식품도 많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홈플러스는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 지난해 처음 ‘한국 식품전’을 열었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종류를 두 배로 늘려 국내 가공식품 149종을 7월부터 이달 17일까지 판매 중이다. 이 중 동원F&B ‘야채죽’, 대상 ‘홍초 석류’, 롯데제과 ‘빼빼로’ 등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끈 49개 상품이 테스코에 이달 말부터 정식 입점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원료로 쓰이는 토종 농산물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

 이마트는 안흥찐빵·베지밀 등 9000여 상품을 2010년부터 중국 이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중국 이마트에서 팔리는 ‘이마트 자체 상표(PL) 유자차’를 만드는 차 전문업체 다정은 중국 이마트 납품 후 해외 바이어들에게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지난해 매출 98억원 중 59%인 58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제주=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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