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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이 요리 배워 전통시장 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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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2일 서울 중구 신중부시장에서 열린 건어물 요리교실에 참가한 상인과 주부들이 ‘황태 김부각튀김’과 ‘북어채 삼색 국수’를 시식하고 있다. [사진 중구청]

건어물로 유명한 서울 중구 오장동의 신중부시장.

 12일 오후 2시, 짭조름한 냄새가 가득한 시장 중앙통로를 절반쯤 들어가자 주부 서너 명이 맛깔스러운 음식이 놓인 시식대 앞에 모여 있었다. 반건조 문어와 단호박이 들어간 ‘문어 단호박 당귀초밥’을 먹어 본 황숙희(68)씨는 “신맛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릇하게 구운 두부 사이에 대구포를 넣은 ‘대구포 두부샌드위치’를 한입 먹고는 “달콤하고 고소한 게 손주들 간식으로 딱이겠다”며 좋아했다. 주부들은 마음에 드는 음식은 즉석에서 강사에게 요리법을 물었다.

 중구청과 신중부시장은 7월부터 매주 둘째·넷째 금요일 오후에 ‘건어물을 활용한 요리교실’을 열고 있다. 주부 고객들이 자주 시장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다.

 1959년 개장한 신중부시장은 1200여 개 입주상점 가운데 건어물 취급상점이 1000여 개나 된다. 하지만 시장 내 편의시설이 부족한 데다 한 번 사 두면 오래 먹는 건어물의 특성 때문에 손님들이 자주 찾지 않아 영업에 애로가 많았다.

 이 때문에 중구청과 시장 상인회원들은 올 5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6월에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아라누리’를 열었다. 이어 7월부터는 건어물을 활용한 요리교실을 열고 있다.

 약용식물디자인경영연구원의 이시연(39) 원장이 개발한 건어물 요리 4~5가지 조리법을 상인과 시민들에게 알려 준다. 이 원장은 “다양한 요리법을 알게 되면 주부들이 재료 구입을 위해 시장을 자주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부 김춘희(54)씨는 “전통시장은 1년에 두세 번 정도밖에 오지 않는데 요리교실 소식을 듣고는 일부러 찾아왔다”며 “요리법을 배운 뒤 재료를 바로 사려 한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요리교실에서 배운 요리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상인 최미선(52)씨는 “가게에 새로운 요리의 시식대를 마련했더니 손님들이 관심을 갖고 재료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음식은 건어물 모둠밥(꼴뚜기·건홍합), 밥새우 멸치우무(밥새우·멸치), 굴비차돌말이(굴비) 등 40여 가지나 된다. 이들 음식 조리법은 올해 말 시장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내년 중엔 시장 안에 건어물과 요리교실에서 개발한 음식들을 안주로 제공하는 맥주 광장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특화컨설팅 사업’을 벌이고 시장별 대표상품을 고유 브랜드로 육성하는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반찬류를 개발해 ‘끄덕반찬’이라는 브랜드를 만든 은평구 신응암시장은 하루 평균 방문객이 500여 명에서 2000여 명으로 늘었다. 양천구 목3동시장은 인기 상품인 ‘도깨비만두’의 인지도를 활용해 브랜드화를 진행하고 있다. 성북구 돈암제일시장은 ‘떡’, 서대문구 인왕시장은 ‘채소 도매’가 주력이다.

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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