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꼬고 땀으로 엮은 정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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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호 25면

임금희 장인

다회(多繪)란 말은 낯설다. 오랜 옛날 나무껍질, 짐승의 가죽을 여러 가락으로 꼬아서 질기고 튼튼하게 엮고 매어 사용했던 것을 시작으로 모·삼·무명·비단 등을 엮은 장식품이 바로 다회다. 다회 중에서도 광다회는 특별하다. 12가락부터 200여 개의 가락으로 직조돼 허리띠(도포) 끈이나 방울술 노리개, 선추, 장도끈에 쓰였고 여러 문자가 새겨져 화려함을 더했다. 그리고 이 광다회의 끝부분을 장식한 것이 바로 망수(網綬)다. 왕가의 복식에 주로 쓰인 망수는 시대별로 변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일제의 문화말살정책과 급격한 서양 문물의 도입으로 서서히 잊히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런 다회와 망수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기회다. 1982년 매듭장(대한민국 명장) 김주현 선생을 사사한 이후 25년간 다회와 망수 만들기에만 전념해 온 장인 임금희 선생이 작품을 선보인다. 왕과 왕비의 의례복 외에도 선비의 호패, 여인의 노리개 등에 쓰인 다회·망수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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