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억제하는 마이크로RNA 발육 규명 … 김빛내리 교수 “새 항암제 개발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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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세포 안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5㎚(나노미터, 10억 분의 1m) 길이의 한 줄로 이뤄진 가느다란 띠 모양의 염기 사슬이 수백 개 있다. 마이크로RNA(리보핵산)다. 그중 어느 하나가 제 역할을 못하면 암이나 당뇨병 등 질환이 생긴다. 일반적인 마이크로RNA는 탄생에서부터 성숙되는 과정이 밝혀져 있지만 렛(let)-7 마이크로RNA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 마이크로RNA는 암 발병 억제와 줄기세포가 특정 장기 세포로 커 가는 분화 과정에 관여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43·사진) 교수와 허인화·윤미정 박사 팀은 그 마이크로RNA가 성숙되는 데 필요한 효소 세 가지와 그 과정을 밝혀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 3대 과학 학술지 중 하나인 셀(Cell) 11일자 인터넷판에 실렸다. 일반적인 마이크로RNA는 드로셔 효소와 다이서 효소가 원시 물질을 만들고, 잘게 자른 뒤 성숙하게 한다. 그러나 렛-7 마이크로RNA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과정을 거쳐 성숙한다는 사실을 김 교수팀이 밝혀냈다.

 먼저 렛-7 마이크로RNA가 성숙하는 데 세 가지 효소가 필요하다. 연구팀이 처음으로 세포에서 분리해낸 것으로 ‘텃(TUT)2, 텃(TUT)4, 텃(TUT)7’이다. 이 효소들이 렛-7 마이크로RNA의 원시 물질 끝 부분에 ‘인식표’에 해당하는 특수 물질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 렛-7도 마이크로RNA의 일종이라고 알게 하는 표시인 셈이다. 그래야 다이서 효소가 다가가 후속 성장 과정이 진행되도록 도와줄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원시 물질이 렛-7 마이크로RNA로 바뀌지 못한다. 일반 마이크로RNA는 이런 세 효소가 필요 없다.

 김 교수는 “렛-7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이 밝혀짐에 따라 텃 효소를 조절하는 방법을 이용한 항암제 개발, 줄기세포의 분화 능력 향상 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로RNA=DNA는 두 가닥 세포로 이뤄졌는데 이 RNA는 한 가닥이다. 세포 하나에 200종 500여 개가 있다. 생물체의 성장·노화·사멸 등 대부분의 생명현상에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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