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귀순병 노크’ 충격 … 김관진, 긴급 전군지휘관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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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불러 최근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북한군 병사의 귀순 과정에서 드러난 군의 기강 해이를 강하게 질타하고 책임자 문책을 지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30여 분간 “상황이 어떻게 된 거냐”고 일일이 묻고 “그동안 전투형 강군 육성에 매진해 온 군이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책임자들을 엄중 문책하고 경계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 근본적인 보강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김 장관은 오후 5시30분 화상으로 전군 작전지휘관 회의를 열었다. 김 장관은 회의를 마친 뒤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군 귀순 당시 허술했던 우리 군의 경계와 보고체계 문제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귀순 병사는 지난 2일 맨몸으로 철책을 넘어온 뒤 남한 고성과 금강산을 연결하는 동해선 출입사무소(CIQ) 경비대에 먼저 들러 귀순의사를 전하려 했던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승조 합참의장은 “귀순자가 동해선 경비대 출입문을 두드렸으나 반응이 없자 30m 떨어진 내륙 1소초로 이동해 생활관(내무반) 문을 노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동해선 경비대 안(2층)에 사람이 있었지만, 귀순자는 2층 건물의 1층 현관문을 두드렸다”며 “(경비대 건물이 노크 소리를) 알아듣기 어려운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당초 경비대에 먼저 들렀던 사실을 빼놓고 내륙소초에 처음 귀순요청을 한 것으로 설명했었다.

 정 의장 보고에 따르면 북한군 병사는 지난달 29일 오전 4시쯤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0㎞ 북쪽에 위치한 자신의 부대를 이탈, 지난 2일 오후 8시쯤 북측 철책지역에 도착했다. 이 병사는 오후 10시30분에 비무장지대(DMZ)를 지나 우리 측 철책에 도착했고, 11시 전후 철책을 넘었다. 철책을 넘는 데 4분도 걸리지 않았다. 경비대를 거쳐 오후 11시10분쯤 내륙 1소초에 도착했고 11시19분에 1소초에서 신병을 확보했다. 군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북한군 병사가 북측 철책 2개와 우리 군 철책 3개를 쉽게 넘어올 수 있었다는 점, 귀순 당시 소초 폐쇄회로TV(CCTV)가 작동하지 않았던 점은 의혹으로 남는다.

 최전방 경계실패와 오락가락하는 발표, 은폐의혹 등으로 한 병사의 귀순이 군 수뇌부에 대한 거취 문제로 번지고 있다. 당초 군은 단순귀순으로 발표했다가 해당 부대의 허위 보고→합참 실무자의 착오→귀순 과정 설명 번복 등의 혼선을 빚었다. 특히 군 작전의 사령탑이라 할 합참은 보고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군 관계자는 “사건 발생 직후 해당부대 대대장은 ‘CCTV로 거동수상자를 확인해 신병을 확보했다’는 보고를 했고, 이튿날에는 ‘귀순자가 문을 두드렸다’는 내용으로 수정 보고하는 e-메일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합참상황실 근무자의 오판으로 이 같은 내용이 상부에 전달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 전화를 받은 상황장교(영관급)가 이미 상황이 해제됐다는 판단에 따라 e-메일을 열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4년 전에도 ‘노크 귀순’=지난 2008년 4월 27일 서부전선 최전방 부대에서 발생한 북한군 장교의 귀순 과정에서도 우리 군이 미숙한 대응과 허위보고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오후 4시쯤 판문점 인근 비무장지대 전투전초(GP) 근처에 북한군 장교 한 명이 백기를 흔들며 나타나 귀순의사를 표시했다. 우리 군이 보고만 있자 이 장교는 권총을 쏘며 자신의 위치와 귀순의사를 알렸지만 허사였다. 결국 이 장교는 GP까지 걸어와 문을 두드린 뒤 귀순했다. 당시 해당 부대원들은 상급부대에 마치 귀순 유도작전을 한 듯 허위보고했고 표창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군 당국은 장교의 진술로 사실이 드러나자 관련자를 중징계했고 귀순사실만 공개했다.


북한 귀순병 보고체계에 무슨 일이

■ 2일
오후 11시19분 북한 병사 우리 측 생활관 접근해 귀순 의사 표명
오후 11시30분 해당 부대 상부보고 “CCTV 거동수상자 발견해 신병 확보” (축소 보고)

■ 3일
오전 10시 귀순자 합동신문조에 인계
1군사령부 오전·오후 한 차례씩 현장조사
오후 5시7분 1군 상황장교, 합참상황장교에게 전화, “수정된 내용이 있으니 보고서 확인하라”, 상황장교는 묵살 (수정보고 묵살)

■ 8일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해당 부대 검열 시작
국회 국정감사서 정승조 합참의장 “CCTV 보고 거동수상자 신병 확보”
(최초 축소 보고된 내용을 그대로 설명)

■ 10일
오전 9시30분 합참, 수정보고 확인
오전 11시30분 정승조 합참의장에게 보고, 정 의장 국회에 상황설명
오후 2시 합참, 브리핑(CCTV 보고 신병 확보한 게 아니라 귀순자가 생활관 문 두드렸다)
밤 12시 합참, “ 상황실의 보고 묵살”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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