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의 슈스케’10년 만에 흑인 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므테트와

우리나라의 슈퍼스타K(슈스케)격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수 발탁 리얼리티 쇼에서 첫 흑인 우승자가 탄생했다.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 정책) 폐지 18년을 맞은 남아공 의 변화를 상징하는 일이란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최근 방송된 ‘아이돌스 SA’ 시즌8 결선에서 가스펠 가수 출신 흑인 남성 카야 므테트와(25)가 백인 여성 경쟁자를 누르고 우승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제서야 처음으로 흑인이 우승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보도했다. 2002년 첫 방영된 뒤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스 SA는 슈스케와 마찬가지로 시청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승자를 가리는 방식 이다. 남아공 인구의 90%는 흑인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이런 방식은 흑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첫 흑인 우승자를 배출하기까지 10년이나 걸린 현실의 이면에는 흑백 계층 사이의 빈부격차 등 인종차별 정책이 남긴 잔재가 자리잡고 있었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우선 아이돌스 SA는 위성 유료채널인 엠넷에서 방영됐다. 가난한 흑인들의 시청이 제한된 상황에서 참가자의 실력보다는 백인에 유리한 투표로 진행됐을 개연성이 크다. 투표 방법인 문자메시지 역시 별도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흑인들에게 부담이 었다. 시즌6에서 처음으로 흑인 참가자가 결선까지 올라왔지만 압도적인 표 차로 백인 참가자에게 졌다. 당시 한 심사위원은 “백인들은 흑인 참가자에게 표를 던지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8은 상황이 달라졌다. 흑인 유명인사들이 므테트와를 공개적으로 응원하고, 젊은이들은 돈을 모아 휴대전화 유심카드를 몇 개씩 사서 므테트와에게 반복해 표를 던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남아공의 변화를 가늠하게 하는 ‘문화적 리트머스’에 비유했다.

유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