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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박스오피스 2001년 상반기 결산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 영화의 2001년 상반기 흥행 성적을 따지면 아무런 이견없이 '수'이다. 올해 개봉한 영화를 기준으로 지난주(6/26)까지 6개월간 성적에서 상위 10위중 7편을 프랑스 영화가 차지했다. 2000년에 흥행 10위권에 단 3편의 프랑스 영화만 올랐던걸 감안한다면 엄청난 성공이다. 특히 5백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1위에서 4위까지의 영화가 모두 프랑스 영화로, 최소한 상업적인 면에서는 프랑스 영화가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7백8십만명으로 현재까지 올해 최다 관객을 동원한 '내가 속인 진실!2'는 96년 '내가 속인 진실'의 속편이다. 사업 실패를 가족에 숨기는 에디(리샤르 앙꼬니나), 여자친구에게 부자 행세를 하는 세르즈(조세 가르시아), 친구 도브(가드 엘마레)의 아내에게 느끼는 사랑을 숨겨야만 하는 이반(브루노 솔로), 에디를 위해 대형할인매장의 악덕 사장을 속이는 빠트릭(질베르 멜키) 등 자신의 생활속에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하는 상황을 겪어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이다. 도브역의 가드 엘마레 이외에는 모두 전편에 출연했었고, 이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아진 세르즈역의 조세 가르시아는 이 영화의 성공으로 한때 대중잡지 표지를 도배하는 인기를 누렸다. 르피가로의 끌로드 베녜르는 "깊고, 강렬하며 자연스러운 재미의 연속"이라고 호평했었고 리베라시옹의 장-마끄 라란느 역시 "시종일관 웃음을 멈출 수 없지만 이면에 뭔가를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었다.

여전히 인기를 얻고있는 장-삐에르 주네 감독의 '아멜리 뿔랭'은 개봉 두 달만에 5백만을 훌쩍 넘겨 2위를 차지했다. 감독인 장-삐에르 주네가 '에어리언4' 이후 4년만에 내놓은 이 영화는 올해 칸영화제 입성을 기대했으나 고배를 마셨고, 영화제 운영진과의 불화로 칸영화제중 공개 시사회 마저 감독의 고집으로 무산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관객과 평론으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렉스프레스의 장-삐에르 뒤프렌느가 '기적! 두시간 동안의 행복'이라고 했듯이 주인공 아멜리가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찾아주는 동화적인 내용에 유쾌한 농담들을 영화 곳곳에 배치하여 보는이의 즐거움을 더한다. 아멜리의 상대역 니노 역으로는 '증오'의 감독으로 더 유명한 마띠유 카소비츠가 연기해 더욱 화제가 되었다.

프랑시스 베베 감독의 새영화 '플래카드'도 5백만 이상을 동원하여 3위를 기록했다. 감독의 극중 페르소나인 프랑수아 삐뇽 역에는 9년 만에 코미디를 연기한 프랑스 최고의 연기파 배우 다니엘 오떼이가 맡았고 제라르 드빠르디유나 띠에리 레르미트, 미셀 라로크 등 내로라 하는 프랑스 배우들이 거의 모두 출연했다. 콘돔회사에서 일하는 삐뇽은 무능력하기로 소문난 해고대상 1호. 자신의 퇴직사실을 알게되지만 자신이 동성연애자라는 거짓정보를 유출해, 회사는 동성연애자라는 이유로 해고했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삐뇽의 해직을 유보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된 삐뇽의 상황은 완전히 180도 바뀌게 된다. 99년 최우수 남우주연, 남우조연, 각본상 등 세자르 3개 부문을 석권한 '바보들의 저녁식사' 이후 2년만에 새로운 영화를 내놓은 프랑시스 베베 감독은 이 영화로 최고의 코미디 작가/감독이라는 찬사를 다시 한번 받았다.

올해 최고 예산인 2억 프랑을 들인 프랑스판 블럭버스터 '늑대의 계약'도 5백만 이상으로 4위를 차지했다. 개봉 첫주만 1백3십만명을 동원해 작년 '택시2'이후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루이 15세 시대를 배경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낸 정체불명의 야수와 이와 관련된 이교도 집단에 대한 미스테리 물이다. 현재 프랑스 최고 인기 배우인 사무엘 르 비한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모니카 벨루치-뱅상 까셀 부부, 99년 칸느 영화제에서 '로제타'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에밀리 드껜느 등 블럭버스터에 걸맞은 스타급 배우들을 기용했고, 언론으로부터도 프랑스 대중영화를 한 단계 올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늑대의 계약'은 10분 정도를 추가한 감독판이 곧 재개봉될 예정이다.

그외 '왓 위민 원츠'와 '102 달마시앙', '하니발' 등이 순위에 올랐고 뤽베송 제작의 '야마카시', 리메이크 코미디 '천국에서의 범죄', 새로운 차원의 액션 코미디 '지옥의 몽빠르나스 타워' 등도 2백만 이상을 동원해 10위권 내에 들었다. 하지만 다음주 '슈렉'을 시작으로 여름 시즌용 블럭버스터들이 개봉되면 이들 순위는 어느 정도 변화가 있으리라 본다.

프랑스 영화의 이러한 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랑스 영화계에서는 자성의 소리가 높다. 올해초 주목받았던 장-짜끄 베넥스의 '죽음의 이동(Mortel Transfert)'과 빠트리스 르꽁뜨의 '펠릭스와 롤라(Felix et Lola)'등 거장들의 영화가 관객과 언론 모두에게서 외면을 받았다. 특히 빠트리스 르꽁뜨 감독은 베를린 영화제에 '펠릭스와 롤라'를 출품했지만 "영화제만이 사랑하는 감독"이라는 혹평을 감수해야 했다. 빠트리스 셔로 감독의 '인티머시(Intimacy)'와 같이 베를린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프랑스 영화도 있지만 이 영화는 영국을 무대로 영어로 작업한 작품이었고, 이자벨 위뻬르에게 두 번째 칸 여우 주연상을 안겨준 '피아니스트'도 결국은 독일 출신 감독 미카엘 하네케가 오스트리아 자본으로 만든 영화였다. 또한 평단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프랑수아 오존의 '모래 아래에서(Sous le Sable)'의 경우에는 100개 미만 극장에서 개봉하여 60십만 정도의 관객을 동원해 최근의 심각한 영화를 기피하는 현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앞으로 개봉될 에릭 로메르의 '영국인과 공작(L'Anglaise et le duc)'이나 앙드레 타치네 '머나먼(Loin)' 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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