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30 학부모 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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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때 수험생 학부모들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수험생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부모의 조언이나 도움에 매우 민감해진다. 스트레스는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부산물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학생 본인이 학부모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많은 수험생이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아 불안할 때 부모의 긍정적인 마인드는 큰 위안이 된다.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하고, 최선을 다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자녀를 대하는 것이 좋다. 주위의 사소한 태도에 대해서도 민감해 하는 수험생들에게 부모의 신뢰와 지지는 응원이 되고 자신감을 키우는 힘이 될 것이다.

 자식의 모습에 늘 만족하는 부모는 없다. 하물며 수능시험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자녀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거나 나태해진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속은 탈 수밖에 없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잠시의 여유도 허용하지 않는 부모의 모습에 숨이 막힐 듯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럴 때는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치하하고 휴식 뒤 다시 학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심리적 여유를 허용해 줘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격려해 학생 스스로 자신을 수습하고 다시 학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성원해 줘야 한다.

 수험생의 스트레스는 부모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본인의 의지나 희망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에 대한 불안감은 주위의 모든 것들에 대해 과도하고 민감하게 반응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수험생의 짜증은 그런 심리적 부담감을 털어버리는 일종의 의식인 셈이다. 안타깝고 측은한 마음으로, 조만간 그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고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이라는 믿음으로 자녀를 대해야 한다. 먹고 자고 공부하는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자상하게 보살피고 배려해 주는 것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능시험 한 달 전부터는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이 가급적 변화하지 않도록 점검하고, 평소의 식단이나 식습관이 변화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식단조절을 잘해 소화불량 등으로 고생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하루 세 끼 규칙적인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해 수능 당일의 체력안배를 위한 관리에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식사량은 포만감을 느끼는 것의 80% 수준에서 조절하도록 하고, 균형잡힌 식단을 잘 구성해 줘야 한다. 평소에 먹지 않던 보약을 해 주거나 검증되지 않은 특정 의약품의 효능을 맹신하고 복용하게 하는 것도 금물이다. 오랜 시간 동안 체질화되고 습관화된 생활리듬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 온 수험생의 노력을 믿어줘야 한다. 몇 점 이상, 어느 대학 이상 등의 목표를 상기시키는 것은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초래해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하는 데 장애가 된다. 또 마무리 학습 전략에 과도하게 개입해 학습방향을 지도하거나 특정한 사례를 들이대는 것은 학생 스스로 학습리듬을 망가릴 수 있다. 지금은 학생을 믿고 지켜봐야 할 때다. 자신의 계획과 자신의 분석을 바탕으로 알아서 잘 마무리할 것이라고 신뢰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수근 강남청솔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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