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성장동력, 해외 자원개발에서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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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완전한 어둠에 휩싸였다. 바늘 끝만큼의 빛도 없는 말 그대로의 완전한 암흑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코앞에 바짝 갖다 댄 나 자신의 손조차도 안 보였다.’(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중)

 최근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필자의 심정이다. 지난달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경기 부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담아 3차 양적완화(QE3)를 발표했다. 예상보다 빠르고 강력했다.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논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쨌든 미 연준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도 유사한 정책을 내놓는 등 국제 공조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는 너무 성급한 판단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QE3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도 살고 경제도 살아나기를 기대하지만 아직 그 효과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주택가격 상승세는 여전히 미미하다. 유럽은 또 어떤가. 단기간 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ECB가 양적완화를 실행하기 전에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은 아직 혼선을 빚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험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중국은 수출 둔화와 부동산 과열 억제책으로 내수가 둔화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에 들어서는 정권이 경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상황은 어떠한가. 한국 경제는 이미 2%대의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내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가계 부채가 너무 많아 월급 받아봐야 쓸 돈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래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양대 강국인 중국과 미국의 움직임에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나이지리아·수단 등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2년 6조원이던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와 중국의 교역량이 지난해엔 110조원까지 늘었다. 중국은 초기의 원유 등 천연자원 개발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현재는 도로·전력·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은 부지불식간에 세계 최대 석유제품 수출국이 됐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이 본격화된 이후 셰일가스는 현재 미국 에너지 공급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2035년에는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지역은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 기반에는 앞서 언급한 셰일가스 이외에 캐나다의 오일샌드와 멕시코만의 심해유전 등이 있다. 북미 지역은 향후 제2의 중동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석유·가스 자원의 개발과 시추·육해상 운송 등 시설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중국과 미국의 성장 방식을 배워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베트남·미얀마 등으로의 진출·개발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예를 들어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개발이 그렇다. 생산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향후 30년간 연평균 3000억~4000억원의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한국도 앞으로는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에 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현재 에너지 산업의 프레임이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은 역사적 변곡점이 됐다. 석탄을 이용하면서 산업혁명이 시작됐고, 1910년대 석유의 등장으로 전 세계는 한 단계 도약했다. 앞으로는 셰일가스가 에너지 혁명을 가져올지 모른다. 그 때문에 한국 기업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필자의 회사는 며칠 전 해외 자원개발에 투자하는 2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발족시켰다. 민간이 주도하는 해외 자원개발 투자의 작은 발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 작으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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