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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대담] 폴 케네디 교수-홍석현 회장, 한국의 미래를 논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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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의 부상, 영토 분쟁 등 격랑의 동북아 상황 속에서 한국은 통합?통일?번영의 미래를 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강대국의 흥망』으로 유명한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오른쪽)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21일 중앙일보 회장실에서 만나 이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오종택 기자]

한반도 주변 상황이 심상치 않다. 중국은 부상하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힘을 잃어가고, 일본은 과거사와 영토 문제로 주변 국가들과 갈등한다. 동북아 정세의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가운데 한국은 국민 통합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시대를 달성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했다. 통일과 평화도 한반도의 오랜 숙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국제관계와 강대국 흥망성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와 마주 앉아 한국의 미래 전략과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주제로 대담을 했다.

홍석현 회장: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세계에서 유례없이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 냈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새로운 도전 앞에 섰다. 최근 10년간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귀하는 한국이 2030년께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2050년에는 독일과 일본도 넘어 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어떻게 그 수준까지 가느냐다. 올 12월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모두 복지포퓰리즘 경쟁에 빠져 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귀하가 이전에 언급했듯이 한 나라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방과 관용,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 활동이 보장되고 장려된 18세기 네덜란드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폴 케네디 교수:그렇다. 모든 정당이 포퓰리즘 경쟁을 벌일 때는 진정한 대안과 비전을 내놓기 어렵다. 역사학자의 눈으로 볼 때 정치인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잘못 가운데 하나는 나라의 부를 창조하고 강화하는 정책 대신 분배주의적 정책을 강조하는 것이다. 내가 성장과 관련해 18세기 네덜란드와 영국을 예로 드는 이유는 그 나라들이 기업을 억누르는 대신 간접적인 방법으로 발전을 유도했고 개인기업과 소규모 개인회사들을 새로운 부의 원천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국민의 1%를 99%의 적대세력으로 몰아 공격한다면 중요한 핵심을 놓친다. 성장은 새로운 부를 창조하는 데서만 얻어질 수 있다. 평등주의를 추구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분배에 치우친 포퓰리즘적 구호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를 창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아 국민에게 더 큰 형평성을 가져다주는 길을 찾아야 한다. 성장과 평등 사이의 딜레마는 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홍: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한국의 절대적인 후원자였다. 그런데 중국이 부상해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과 중국의 무역량은 한국과 일본, 한국과 미국과의 무역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한국이 이제 중국을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는 주장이 많다. 미국의 우위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의 부상이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의 일부 세력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똑같은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갈 길은 어디라고 생각하나.

 케네디: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이 경제·군사·기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미국 국력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 경제력의 상대적 성장은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흐름이다. 물론 한국은 중국을 점점 더 중요하게 다루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정책·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성급하다. 지금 우리는 중국의 힘에 필요 이상으로 비중을 두면서 중국의 약점을 놓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잠재적인 강점은 인식하지 못한 채 미국의 약점만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한국은 중국에 대해 관망(wait and see)의 자세를 갖는 게 좋을 것이다. 태평양 지역 주둔 미군 철수 요구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고장이 나지 않는 한 굳이 고치려고 하지 말라’는 영국 속담이 떠오른다. 한·중, 한·미 관계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게 없는데 극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경계해야 한다.

 홍:한국은 2000년 동안 중국·일본과 이웃으로 살아오면서 두 나라를 다른 나라들보다 더 잘 안다고 느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발생한 상황들, 예를 들어 독도 및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를 중국과 일본 측이 다루는 모습은 상당히 놀랍다.

 케네디:역사학자의 객관적인 눈으로 볼 때 각국 정부와 국민이 영토 문제보다 더 큰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 놀랍다. 중국의 경우 일당체제 및 신비주의적 리더십에 따른 문제와 환경오염, 경제성장 둔화 같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니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 문제가 아니라 ‘더 큰 고기’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홍: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케네디:영국의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솔즈베리 경(1830~1903)이 있다. 총리 3번, 외무장관 4번을 지낸 인물이다. 그가 활약한 1890년대는 미국·일본·독일이 부상하던 때로 영국 정계에서 극적인 대응책을 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그러나 솔즈베리는 침착한 외교를 주문했다. 의원들이 ‘당신이 생각하는 외교가 무엇이냐’고 질책하자 그는 이렇게 응수했다. “작은 보트를 타고 하류로 천천히 떠내려갈 때는 흘러가는 대로 맡겨 두고 가끔 장대를 이용해 충돌이나 차단하는 게 최선이다.” 의원들은 그 비유를 조롱했지만 솔즈베리의 말이 맞다. 대여섯 가지 도전과제를 한꺼번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이 발생한다면 입을 닫고 묵묵히 노를 저어야 한다. 노를 너무 빨리 저어도 안 되고, 주변 상황을 살펴가면서 관망을 해야 한다. 정치지도자와 일부 언론은 나중 일을 생각하지 않고 빠른 길만 가려는 경향이 너무 자주 보인다.

 홍:일본과 북한 문제에서도 한국은 비슷한 접근법을 취해야 할 것 같다.

  케네디:맞다. 지금은 외교정책의 반작용을 고민할 시점이다. 내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데 잘못되거나 상황을 악화시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모든 카드를 쥐고 있는 유리한 상황이라도 솔즈베리처럼 뒤로 물러서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상대방을 너무 몰아가지 않는 것이다. 내가 예일대 강의에서 자주 드는 사례가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1866년에 내린 결정이다. 비스마르크는 당시 프로이센의 총리였는데 독일 통일을 놓고 프로이센·오스트리아전쟁이 벌어졌다. 프로이센군은 쾨니히그레츠 전투에서 오스트리아군에 압승을 거뒀다. 프로이센군 지휘관들은 그 길로 빈을 점령하자고 했다. 하지만 비스마르크는 “오스트리아인에게 더 이상의 모욕을 주면 안 된다. 미래에 그들이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빈 점령을 막았다. 훗날 프랑스와 전쟁을 하게 될 경우 오스트리아가 적어도 중립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4년 뒤 프로이센은 프랑스와 보불전쟁을 벌였다. 비스마르크는 그때를 내다본 것이다. 비스마르크와 솔즈베리는 소심한 게 아니라 머리가 좋았던 것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5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고 판단을 내렸다.

 홍:인상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힘을 앞세운 외교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케네디:중국 정부가 점점 더 독단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하는 일에 토를 달지 말라는 식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중국을 자극하지 말고 중국의 수천 년 문화를 존중하라는 등의 말을 한다. 그는 저서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키신저는 중국의 미래에서 가장 걱정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젊은 차세대가 제일 걱정된다”고 답했다. 그들은 가난과 전쟁,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정책 등을 겪지 못했다. 그들은 잘난 척하고 오만하며 2030년이면 중국이 세계 1위가 될 거라는 골드먼삭스의 분석을 읽고 자랐다. 이런 오만은 키신저가 상대했던 중국 지도자들의 신중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앞으로 중국은 더 오만해질 것이고 오해를 더 낳게 될 거라는 게 그의 얘기였다.

홍:그렇다면 한국의 대중 외교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보나.

 케네디:중국은 특히 자국의 부상에 대한 반동으로 생기는 견제와 균형에 관한 이야기는 드러내 놓고 싫어한다. 대신 화평굴기(peaceful rise)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런데 인도양에서 호주·인도가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공공연히 밝혀도 중국은 별로 신경을 안 쓴다. 그러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더 예민하고 소유욕이 강한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서 우리는 대중국 외교정책 및 전략에 대한 두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중국의 인근 국가들은 외교정책에서 신중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행동과 중국이 보내는 신호에 대해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키신저는 자신의 저서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에서 영국 외교관 에어 크로의 역사적 일화를 소개했다. 1907년 당시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1901~10 재위)가 독일 전문가였던 크로에게 영국이 대독일정책을 어떻게 취해야 할지를 물었다. 그는 1년간 연구 끝에 제출한 ‘에어 크로 비망록’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주권국가가 자위를 목적으로 군사력을 키우는 데 반대할 수 없다. 하지만 영국도 국익을 지켜야 하니 독일의 그러한 군사력 증강이 독일의 평화적 국력의 자연스러운 결과인지, 아니면 적대적인 태도의 발로인지를 밝히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키신저가 중국에 대한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 말을 인용한 건 시사적이다. 미국 및 중국의 이웃 국가들은 중국의 평화적 경제 발전과 그에 상응하는 중국의 부상을 거부할 수 없으나 중국의 행동이 점점 더 변덕스러워지고 적대적이 된다면 대응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홍:20~30년 후 한국의 미래를 조망할 때 남북 통일은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달성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그런데 귀하는 “한국이 통일되면 성장이 15~20년간 정체될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최첨단 기술 개발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북한 지역 인프라 재건과 의료체제 구축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일의 기회가 와도 북한을 어느 정도 재건시킨 뒤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인가.

 케네디:독일 통일 뒤 2~3년이 지났어도 동독인들은 서독인들에 대해 적대감을 보였다. 반면 통일 후 20년이 지났지만 서독 출신들은 아직도 통일비용이 지출되는 데 불평한다. 서독 인구가 동독 인구보다 세 배 많아도 이 정도였는데, 남북한 간 인구 차이는 두 배이니 한국의 부담은 그만큼 더 클 것이다.

 홍:통일의 열망은 크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할 여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4강이 남북 분단이라는 현상유지 정책을 고집하는 한 더욱 그럴 것이다. 또 한국의 젊은 세대 중 상당수는 통일에 대해 무관심한 것 같다. 통일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 등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한국의 기성세대와 정치권은 통일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 통일은 통제할 수 없는 그 무엇, 운명처럼 다가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케네디:남북 통일은 궁극적으로 온다. 그건 운명이고 숙명이다. 다만 그게 평화롭고 현명하게 이뤄질 수 있느냐다. 한 가지 측면을 보자. 북한 군대는 전적으로 한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육성돼 왔다. 한국 정치인들이 ‘2015년이나 2020년까지 통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북한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주변 4강도 다급해질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그러지 말라’는 메시지를 급히 보낼 것이고, 중국의 입장은 난처할 것이다. 중국은 자신들이 침묵하면 ‘중국이 통일을 지지하는구나’라는 메시지를 줄지도 모른다고 고민할 것이다. 북한이 남한으로 급속히 융합돼 중국의 국익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다고 ‘남북 통일은 안 된다’고 말하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인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은 이해할 수 있으나 아직은 ‘침묵이 가장 현명한 정책’이라는 생각이다.

  홍:한국이 통일로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북한 핵 문제다. 여기에 관해선 한국 내에서 여야 정당과 좌우파 간에 논란이 있다. 야당과 진보세력은 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대규모로 지원하자고 하고 여당과 보수진영은 좀 더 신중하자는 입장이다.

  케네디:북한에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김정은이라는 새 지도자가 등장했다. 우리는 그가 군대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지 전혀 모른다. 군대가 ‘이제 화해로 나가도 되겠다’고 판단했는지의 여부도 모른다. 그래서 그에게 기회를 주면 어떨까 한다. 김정은이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홍:남북 통일에는 미·중·일·러 등 4강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들 국가의 속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들이 통일에 반대하기 위해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없는가.

 케네디:남북 통일 과정에서 북한이 뭔가 정신 나간 행동을 해서 독일 통일 때와는 달리 평화적으로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4강은 관측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현상유지(status quo), 남북 분단을 선호한다. 그러나 통일이 전쟁 위험 없이 평화롭게 진행된다면 4강의 의구심은 사라질 것이다. 다만 중국은 민주주의 체제인 통일 한국의 국가적 위상의 고양, 경제성장 등을 의식해 다른 국가들보다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홍:아태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헤게모니 다툼과 경쟁 관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케네디:미국에서도 중국에 대한 관점은 매우 다양하다. 보잉사에 중국은 큰 시장이다. 중서부의 제조업체들은 중국을 경쟁 상대로 본다. 그들은 의회가 중국에 대해 보다 단호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미군에 중국은 적이다. 지난 15년간 그래 왔다. 군대는 언제나 적을 필요로 한다. 국방 관계자들에게는 국방예산 증액을 위해 중국이 필요한 존재다. 그러나 국무부 관료들은 중국이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킨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미·중 교역량이 많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영국과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전 상호 최대 교역국으로 깊은 유대를 맺고 있었지만 전쟁을 벌였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하지만 중국에서 상하이·베이징과 같이 발달한 도시만 둘러보고 깜짝 놀란 미국인들이 중국의 위협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중국이 사실은 자신들의 힘이 약하다고 느낀다는 것도 모른다. 지금까지 미·중 양국은 실제 양국 관계가 악화할 경우 아무런 이득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중 관계의 속내는 복잡다단하고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동아시아 지역의 사람들은 윔블던 테니스 경기 관람하듯 미·중 관계를 바라본다는 인상이다. 각 진영을 넘나드는 공의 움직임을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다.

 홍: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정리=채인택 논설위원, 전수진 기자

◆ 폴 케네디(1945~ )

영국 출신의 역사학자다. 국제관계와 강대국의 세계전략 등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존경받는다.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83년 미국 예일대 교수를 맡았다. 87년 경제력과 군사력이 1500년 이래 글로벌 강대국들의 부상·몰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내용의 저서 『강대국의 흥망』으로 이름을 날렸다. 과도한 군비 지출이 경제에 부담을 줘서 결국 장기간에 걸친 쇠퇴를 부른다는 주장은 전 세계에서 반향을 불렀다. 이 책이 나온 지 불과 몇 년 뒤 소련이 과도한 군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몰락하면서 통찰력과 예지력을 더욱 인정받았다. 강대국의 군사력은 결국 경제력이 떠받치며 경제력이 약해지면 군비 지출을 줄이고 외교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전 세계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가의 성장과 몰락요인 그리고 외교와 군사 역사에서 명망이 있다. 특히 최근의 국제사회 세력 균형과 아시아의 부상을 읽어 내는 혜안으로 유명하다.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저서로도 화제가 됐으며 현재 『제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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