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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나이테 닮았네, 도자기 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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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최병훈, afterimage 2012, 660×630×360㎝, 도자.

한국 ‘아트 퍼니처(Art furniture)’의 선구자로 꼽히는 최병훈(60) 홍익대 교수. 돌과 나무가 가진 매끈하면서도 거친 느낌을 살려 단순한 아름다움을 갖춘 의자로 만드는 게 그의 장기다. 대표작 ‘잔상(afterimage)’ 시리즈에서는 한국의 자연석인 화강암을 인위적 가공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써서 목재와 대비시키며 명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 교수는 오랜 세월 바람과 물에 의해 둥글둥글하게 형성된 화강암이 가진 질박한 자연미를 십분 활용했다. 그 외에 탄소섬유·옻칠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면서 기존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거나 새로운 심미성을 추구왔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재료는 흙이다. 정확히는 흙을 빚어 불에 구워낸 도자다. 서울 가회동 이도갤러리에서 지난 반 년간 시도한 도자 가구 등 47점을 전시한다. 아마도 도예가가 가구를 만들었다면 물레와 그로 인해 휘어진 상태부터 생각했을 것이다.

 최 교수의 도자 가구는 출발이 다르다. 형태를 만들고 유약을 발라 한 번 구워낸 뒤 재성형하고 갈아냈다. 유약층의 표면은 곱게 다듬은 대리석 같은 질감을 보이는 동시에 자연석이나 나이테를 닮은 도자의 속살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돌로 가구를 만들 때와 비슷한 접근, 즉 도자로 새로운 돌을 만든 셈이다.

 이도갤러리 김동환 고문은 “재료의 확장이며 서양 것과의 대별, 즉 우리에겐 도자가 있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다음 달 7일까지. 02-74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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