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원룸' 미국에 첫선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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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시에 들어설 8평 미니 아파트 내부. 한국의 원룸 아파트와 비슷하다. 정면의 침대를 벽에 넣으면 식탁으로 변환돼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AP]

한국식 '원룸 아파트'와 유사한 초소형 아파트가 가주에 선보인다. 비싼 집세가 부담인 저소득층과 독신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전통적인 가족 거주공간 크기가 축소될 수 있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샌프란시스코시 정부는 아파트 최소면적을 290스퀘어피트(8.14평)로 낮추는 새로운 건축규정을 추진중이라고 LA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버클리의 부동산 개발업체 주도로 11월 완공 예정인 일명 '마이크로 유닛' 아파트는 300스퀘어피트(8.5평) 크기의 아파트로 샌프란시스코 남쪽 '마켓' 지역에 들어선다.

미리 공개된 도면은 거의 한국식 원룸 아파트와 흡사하다. 150피트 리빙룸 공간에 화장실과 부엌 옷장을 따로 추가할 수 있다.

공간활용도를 극대화 하기 위해 침대를 벽에 넣으면 식탁으로 변환할 수 있도록 꾸몄다. 한쪽 벽에는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통면 유리창이 설치됐다.

이같은 한국식 원룸 아파트는 뉴욕과 보스턴 등 이미 동부쪽에서도 도입돼 전국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최근 275~300스퀘어피트 크기의 미니아파트 60채 건축을 허가했다.

샌프란시스코가 미니 아파트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아파트 렌트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와 인접한 탓에 스튜디오 평균 렌트비가 2075달러에 달한다.

미니 아파트는 1200~1700달러 수준이어서 기존 스튜디오에 비해 최대 42% 저렴하다. 특히 도심부 거주 10가구중 4가구가 독신이어서 미니아파트는 벌써부터 학생 예술가 노인층으로부터 호응이 뜨겁다. 굳이 룸메이트를 구하거나 도심 외곽으로 이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니 아파트 개발업자 패트릭 케네디씨는 "쉽게 말해 제한된 공간내 더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뜻"이라며 "공간을 줄이면 렌트비가 하락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기존 아파트의 렌트비가 인하되기 보다 '신발상자(shoe box)' 같은 아파트가 양산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미니아파트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카멜리타 페레스(67)씨는 "어린 아이가 하루종일 8평 공간에 갇혀있는 상황을 가정해보라"면서 "우린 인간이지 거미(벌레)가 아니다"고 미니 아파트 건축 중단을 요구했다.

기존의 400스퀘어피트 수준의 좁은 공간에 사는 거주자들도 "일반 교도소보다 3배나 넓은 크기"라고 비꼬며 건축에 반대했다.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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