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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부친 회사, 두달간 주식 얼마올랐나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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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금 주식시장은 ‘싸이 세상’이다.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의 정규 6집 앨범 ‘싸이6甲’의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이 세계 음악시장을 휩쓸고 있다.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1위, 영국 오피셜 차트 컴퍼니 싱글 부문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영국·캐나다·홍콩 등 30여 개국의 아이튠스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유례없는 한국 가수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주식시장도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싸이 소속사의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싸이 가족과 관련된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한다.

 싸이의 아버지 박원호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반도체 장비회사 디아이가 대표적이다. 박 회장이 10.11%, 그의 동생 박원덕 부회장이 15.8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7월까지 1500원 선이던 주가는 8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25일까지 사흘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아 3645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가다. 시가총액은 1135억원에 이른다. 두 달 새 150% 급등했다.

 디아이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2분기 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엔 87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58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실적으로 주가 랠리를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거래소는 25일 디아이에 현저한 시황변동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공시시한은 다음 날 오후 6시까지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주가는 펀더멘털(실적)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센티멘털(감정)로 움직이기도 한다”며 “디아이의 경우 싸이의 아버지가 대주주라는 것 외에는 주가 급등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특별한 이슈가 없고 유럽 재정위기나 미국·중국의 경기 침체로 주가가 오르기도 어려운 때라 센티멘털한 쪽으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다”며 “특히 대선 테마주가 지고 있는 상황에서 싸이 테마주가 더 주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싸이의 인기가 실적으로 연결되는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오를 만은 한데 너무 올랐다”는 게 시장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25일엔 주가가 7% 가까이 하락했다. 이날 장중엔 9만6800원까지 상승해 시가총액이 1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앞서 24일까지 YG엔터는 6거래일 연속 오르며, 이 기간 주가가 50% 넘게 급등했다. 싸이의 인기를 반영해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올렸지만, 실제 주가가 더 빨리 오르는 바람에 목표주가가 실제 주가에도 못 미치는 일이 벌어졌다. 목표주가를 내놓은 네 군데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는 7만7625원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YG엔터의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게 일반적이다. 일단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싼지 비싼지를 나타내는 주가이익비율(PER)이 지나치게 높다. PER는 높을수록 주가가 비싸다는 의미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증권사가 추정한 올해 평균 실적을 감안한 현재 YG엔터의 PER는 42배에 이른다. 코스피 시장 종목의 평균 PER가 9배이고, 미래에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PER가 높은 방송·엔터테인먼트 업종의 PER가 24배다. 소녀시대·동방신기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의 PER는 10배에 그친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유력한 공중파 방송인 SBS의 시가총액 8000억원이 되지 않는데 싸이 한 명으로 YG엔터의 시총이 1조원에 육박하게 된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게다가 싸이가 아무리 인기가 있다고 쳐도 YG엔터가 대박을 터트리기는 쉽지 않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싸이가 미국에서 음반 100만 장을 팔면 YG엔터에 떨어지는 이익은 14억원 정도다. 김시우 연구원은 “싸이는 외부에서 영입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빅뱅이나 2NE1 등과 달리 YG엔터에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이익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근해 팀장은 “센티멘털로 움직이는 테마주에 투자해서 돈 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며 “이런 종목은 미래 실적이 기대된다 해도 시장이 과열됐을 때 들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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