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싼 수입 '석유 완제품' 판매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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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석유류 완제품 시장에서 수입 석유류 판매액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시장점유율을 지키려는 정유 4사와 석유 수입업체들 사이에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 수입석유류 시장 잠식=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에 판매된 수입석유류는 총 2억5천9백80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천8백30만 배럴의 3.3배로 늘어났다.

석유공사는 올해 석유류 내수 판매 가운데 수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의 1.42%에서 2.41%로 약 1% 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종별로는 등유가 전체 내수의 4.74% ▶경유 2.53% ▶휘발유 1.64% ▶벙커-C유가 0.43%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석유류 수입업체들은 국제적인 유류 공급 과잉으로 국제 덤핑시장에 흘러나오는 석유류 완제품을 싼 값에 사들여와 주유소 등에 정유사 공장도 가격 보다 낮은 값으로 공급하고 있다.

석유 수입업체 관계자는 "수입석유류는 관세와 국내 저장 탱크 임대료를 내고도 정유사 공장도 가격보다 휘발유는 ℓ당 40원, 등.경유는 ℓ당 90원, 벙커-C유는 ℓ당 20원 정도 싸다" 고 말했다.

지난 1997년 1월부터 허용된 수입유류 판매는 최근의 석유류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오는 9월부터 도입될 주유소 복수 폴 사인제 등에 따라 더욱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 정유사들 덤핑 경쟁=수입사들의 저가 공세에 맞서 정유사들은 주유소.공장 등에 수입사 보다도 더 싼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기존 거래선과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정상가격과 덤핑 가격 등 이중 가격으로 주유소 등에 공급한다" 고 말했다.

정유사로부터 유류를 덤핑가격으로 받는 곳은 ▶정유사 시설자금 지원 등을 받지 않은 주유소나 ▶특정 상표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 무폴 주유소(전국 1천개)▶대형 석유류 일반 판매소▶버스 회사나 공장 등이다.

수입업체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석유류 물량의 20% 이상을 덤핑 가격에 팔고 있다" 며 "그러나 석유류 추가 가격 인하의 혜택을 소비자 대신 덤핑 물량을 받는 중간 유통업자들이 가로채고 있다" 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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