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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신화' 써가는 지방병원에 깜짝놀랄 비밀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 부족한 의료인력, 정부의 지원정책 부재…. 지방병원들이 벼랑 끝에 서 있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뿌리를 깊게 내리며 성공한 병원도 있다. 화순전남대병원, 목포한국병원, 세명기독병원, 안동병원, 부산고려병원, 부민병원, 창원한마음병원 등이다. 이 병원들은 지속적인 투자와 쇄신을 통해 지리적 약점을 강점으로 바꿨다. 경쟁력 있는 분야를 간파하고 특화시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향하던 지역주민의 발걸음을 되돌렸다. 전문화시킨 진료과는 전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환자가 붐빈다. 수도권 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역거점병원으로서 입지를 굳힌 지방병원들의 비결을 소개한다.

화순전남대병원, 美 메이요 클리닉이 롤 모델

▲ 국훈 원장 개원 8년 만에 병상 수 대비 암 수술 건수 전국 1위, 서울 빅5 병원도 받기 힘든 JCI인증 성공, 서울 유수의 대형병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는 곳. 바로 화순전남대병원이다. 병원계에서 ‘신화’로 불린다. 특히 지방환자의 서울 유입 현상이 가속화되는 요즘, 지방 병원들에게는 이미 ‘연구 대상’이 됐다. 화순전남대병원이 생기기 전인 2004년 지역 암환자의 대다수는 타 지역으로 암 수술을 하러 갔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70% 이상이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 비결이 뭘까.

첫째, 무한한 열정과 도전정신이다. 화순전남대병원이 2004년 4월 개원했다. 당시 광주에 있던 전남대병원(화순전남대병원의 본원)은 더 이상 치고 나갈 수 없는 과포화상태였다. 서울로 빠져 나가는 중증 질환자들을 잡아두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생각해 낸 대안이 분원 설립이었다. 당시 국립대병원은 물론 일반 병원에서 분원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발상이었다. 문제는 ‘누가 가느냐’였다. ‘젊은 피’들이 자원을 했다. ‘하고 싶은 의욕은 넘치는데 선배의 그늘에 가려있던 패기 넘치는 젊은 의료진이 화순병원으로 건너갔다.

‘한 번 두고 보자’하는 가슴 속의 불씨가 타올랐던 것. 시기도 좋았다. 해외에서 갓 복강경 수술을 연수 받고 돌아온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교수들은 소위 ‘윗선’의 눈치 볼 것 없이 물 만난 고기처럼 수술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 젊은 의사들이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경쟁상대가 됐다. 경험으로 닦인 손기술은 갈수록 빛을 발했고, 암 수술은 화순전남대병원에서도 해도 문제없다는 인식을 지역주민에게 심어줄 수 있게 됐다.

둘째, 선택과 집중이다. 지역주민의 수요 분석과 지속가능한 병원경영 그림을 그려봤을 때 암 전문병원이 가장 적합했다. 암 치료의 특성상 수술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수술 후 항암제를 맞으러 병원을 수시로 다녀야 하기 때문에 암환자는 지역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개원 준비 당시 모든 과에 집중하기 보다는 암과 관절 분야를 특화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해당 분야 수술 건수가 많아졌고, 노하우도 가질 수 있었다. 현재 6대 암수술 전국 빅5, 관절분야는 국내 대학병원 중 최초로 로봇과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인공관절수술을 도입해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셋째, ‘플러스 알파’다. 화순전남대병원이 암 전문병원이라고 하지만 최근 서울 유명대학병원에서도 속속 암 전문병원을 개원하고 있다. 국훈 화순전남대 병원장은 “암 전문이라는 것 이외에 뭔가 특별한 게 필요했다. 당시 암 전문병원이 유일하긴 했지만 곧 비슷한 전문병원이 생길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바로 ‘치유의 숲’이었다. 당시 조경수 2만 그루와 야생화 1만 본을 심어 암 환자의 치유를 도와주는 숲을 조성했다. 땅값 싼 지방병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치유의 숲에는 피톤치드가 풍부하게 분비되는 편백나무 등이 가득해 숲에 들어서기만 해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확 떨어진다고 한다. 이 숲 때문에 서울에서 화순으로 암 치료를 받으러 내려오는 환자도 있다.

넷째, 진정성이다. 화순전남대병원은 광주·전남지역 중에서도 친절한 병원으로 소문나 있다. 국훈 병원장은 “환자에게 권위적으로 대하기보다 친구같이 편하게 대한다. 환자가 그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병원이다. 국훈 병원장은 “약점을 강점으로 바꿨다는 게 우리병원의 핵심 성공요인”이라며 “앞으로 메이요 클리닉 같은 세계적인 병원으로 도약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자연 속의 첨단의료, 환자중심·세계중심’이라는 핵심가치를 달성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자연 절경이 아름다운 화순전남대병원 앞 꽃길 목포한국병원, 지역 응급의료센터 특화해 성장

▲ 류재광 원장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응급의료 전용 헬기를 운용할 병원으로 2곳을 선정했다. 목포한국병원과 인천길병원이다. 단 두 대 밖에 없는 헬기를 서울이나 경기도가 아닌 목포 지역에 지원한 이유는 바로 목포한국병원 응급의료센터의 경쟁력 때문이었다.

이 병원은 응급헬기 선정 이전에도 매년 100명의 응급환자를 이송했다. 류재광 병원장은 “주변이 모두 섬이다. 응급 헬기 도입 후 응급환자 이송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병원을 기점으로 50km까지 커버 했다면 최근엔 100km 떨어진 흑산도까지 환자를 이송한다.

목포한국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남 권역 응급의료센터와 3대 응급질환(뇌, 심장, 중증 외상) 특성화센터로 지정받았다. 24시간 진료체계를 갖추고 전남지역 응급의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목포한국병원의 응급의료센터는 서울, 경기도권 대형 병원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25년 전 개인병원으로 이 병원을 설립한 류재광(신경외과) 병원장은 지방 병원이 살아남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첫째, 응급의료센터다. 류재광 병원장은 “지방병원이 그 지역의 거점병원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암 센터를 짓는 것 보다 응급의료를 키워 환자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국 16개 권역의료센터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작은 편에 속하지만 5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수상했다.

류 병원장은 그 배경으로 “전달 체계를 간소화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환자의 이송부터 수술까지 결정을 내리고 조치를 내릴 때 복잡한 의사전달체계를 간소화해 신속하게 처리를 할 수 있었다. 이 병원의 응급의료센터는 동선이 일직선으로 연결돼 있어 응급 치료에 효과적인 구조다.

중증 교통사고 환자가 많은 지역에서 신경외과·정형외과·마취과·외과 전문의가 늘 응급실에 상주하고 있었던 것도 한 몫 했다. 목포한국병원의 수준 높은 응급의료 서비스를 만든 일등 공신은 바로 우수한 의료진이다. 25년 전 류재광 원장을 비롯한 4명의 의료진인 강철수(마취과), 고광일(정형외과), 오탁수(일반외과) 원장이 현재까지 이 병원을 지키고 있다. 모두 광주일고, 전남대 의대 동기다.

둘째, 건강검진이다. 류 병원장은 “암 수술은 서울 대형병원의 실력이 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진단은 지방병원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건강검진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첨단장비 구비에도 적극적이다. 류 병원장은 “최근에도 최신형 PET-CT를 도입했다. 암 등 중증질환의 정밀 진단을 위해서다. 지방 환자가 대도시로 가지 않고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료장비는 대학병원급 장비(양전자방출-단층-전산화 단층촬영)로 화순전남대병원에 있는 기기와 같은 기종이다. 판독 시스템까지 갖춘 상태다.

셋째, 재활이다. 목포한국병원에는 작업 치료사 5명, 물리치료사는 25명이 근무한다. 수술 후 고향에서 재활치료를 받길 원하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재활 치료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외부의 평가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올해 5월 심평원이 위암, 대장암, 간암 수술시 사망률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실제 사망률이 예측 사망률(위험도 보정 사망률) 구간의 상한치보다 낮은 1등급에 목포한국병원이 이름을 올렸다. 전남 지역에서는 목포한국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 순천성가롤로병원 3곳이 1등급으로 선정됐다.

류 병원장은 지방 환자가 만족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선 지방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의 만족도 역시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류 병원장은 “이 때문에 의료진에게 대우를 잘 해준다. 전남 지역에서 가장 보수가 높다”고 말했다. 타 지역병원에선 의료진의 평균 근무기간이 1~2년에 불과하지만 목포한국병원은 5년 이상 된 의료진이 대부분이다. 류 병원장은 “대우를 잘 해주는 대신 진료 실적 평가도 까다롭게 한다”고 말했다.

▲ 목포한국병원은 복지부가 지정한 응급의료 전용 헬기 운용 병원이다. 응급 헬기 도입 이후 응급 환자 이송이 더 많아지고 이송 권역도 넓어졌다. 안동병원, ‘모든 분야 최고화’ 전략으로 승부

▲ 강보영 이사장 '전국 응급의료기관평가 1위', '위암ㆍ대장암 수술 사망률 최저 1등급', '혈액투석 적정성평가 1등급', '출산진료 잘하는 병원'…서울의 대형병원을 소개하는 수식어가 아니다. 경상북도 안동시를 대표하는 지방병원, 바로 안동병원이 보유한 기록이다.

안동병원은 지방병원이라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최상의 의료수준과 규모를 자랑한다. 1982년 139개 병상으로 출발한 안동병원은 30년 만에 1900병상의 규모로 성장했다. 또 연 입원환자 수가 35만 명(2010년 대한병원협회 자료)을 기록해 진료실적 전국 9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안동병원이 추구하는 것은 '모든 분야의 최고화'다. 안동병원 강보영 이사장은 지역민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은 지방에서 쉽지 않는 선택이다.

일단 병원 직원 수만 해도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의료진 120여 명을 비롯해 1300명에 달한다. 신속ㆍ정확한 진료와 친절한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다. 의료의 전문성을 위해 진료체계도 바꾸었다. 일반진료과 중심에서 전문과목별 센터 중심으로 세분화했다.

또 응급-예방-급성기-만성기-요양의 단계로 구분해 토탈의료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지역에서 유일한 방사선종양학과와 통합암센터는 환자중심의 집중치료를 적용해 치료효과가 좋고, 인기도 높다. 지난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전국 암수술 평가결과에서는 위암·대장암 수술사망률 1등급 평가를 받았다.

지방에선 응급실 찾기가 힘들다는 말은 안동 지역에선 안 통한다. 안동병원의 우수한 응급의료시스템 덕분이다. 안동병원이 운영하는 경북권역응급의료센터와 3대 중증응급질환 특성화센터(뇌질환ㆍ심장질환ㆍ중증외상)는 연간 3만5000여 명의 응급환자를 신속, 정확하게 치료해 사망률을 낮추고 후유장애를 최소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와 올해 전국 463개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상위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 운영의료기관으로 선정됐다. 닥터헬기는 전국에서 4대만 운영되고 있다. 그 중 한 곳이 안동병원이다. 닥터헬기가 배치되면 경북권내 환자 발생시 20분이면 안동병원에서 응급처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노인의 재활도 안동병원의 몫이다. 안동병원은 2008년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노인성 만성질환과 정신건강치료 중심병원으로 탈바꿈했다. 양방과 한방의료를 결합해 양질의 의료를 제공한다. 쾌적하고 넓은 공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어르신들의 편안하고 즐거운 노후를 책임지고 있다. 2011년 5월에는 재활전문센터를 열어 재활 만성질환 치료를 특화하는 등 노인환자의 전문분야별 치료를 주도하고 있다.

안동병원 강보영 이사장은 “미래로 갈수록 '어디'라는 지리적 개념 대신에 '최고'가 있는 곳으로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다"며 "안동병원이 지방의 작은 중소도시에 있지만 시설과 규모, 첨단장비, 의료환경을 ‘최고수준’으로 투자하는 것은 지역을 넘어 전세계 환자를 찾아오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 안동병원 전경 세명기독병원, 지역특성 고려해 24시간 응급수술 시스템 구축

▲ 한동선 원장 “포항은 바다가 인접하고 공장이 많아 응급환자가 많다. 이런 지역적 특성에 맞춰 전문 특성화 센터를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수 의료진을 영입하고 첨단장비를 도입한 것이 지역 병원의 한계를 극복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세명기독병원 한동선 병원장)

세명기독병원은 포항 의료의 중추다. 본래 포항세명기독병원은 6·25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 함흥에서 포항으로 피난 내려온 설립자 고(故) 한영빈 박사가 세운 기독의원에서 출발했다. 6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병원이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지방 도시에 위치한 그저 그런 종합병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서울에서 심장내과 전문의로 일하던 한동선 원장이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병원 운영에 뛰어들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때 주목한 것이 전문화다. 한 원장은 이 시기에 관절분야의 권위자를 영입하면서 이름도 포항기독병원에서 포항세명기독병원으로 바꿨다.

가장 기본이 된 것은 실력이다. 우선 정형외과·심장센터·소화기내시경센터 등을 중심으로 전문센터를 개설, 전문 특성화 병원으로 전환했다. 한 병원장은 “지역병원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2002년 어깨관절 분야 권위자인 류인혁 원장을 영입하고, 병원 성장을 이끌 특화분야에 집중 투자한 것이 성장의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집중적인 투자로 세명기독병원은 지난해 10월 대구·경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보건복지부에 ‘관절질환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세명기독병원의 실력은 수술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역적 특성에 맞춰 정형외과 분야의 진료 성적이 두드러진다. 전문 특성화센터 체계로 전환한지 10년 만에 정형외과 분야 내원 환자는 2001년 1만5580명에서 2011년 14만4102명으로 10배 늘었다. 수술환자는 2001년 488건에서 2011년 9764건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단일분야 전국 최고 수준이다. 현재 세명기독병원에서는 하루 평균 50여 건의 수술이 이뤄진다.

이 중 90% 이상이 정형외과 분야인데 다시 그중 30% 이상은 응급수술이다. 대규모 공업단지와 바다를 끼고 있는 포항의 지리적 특성상 응급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세명기독병원은 이런 지역적 특성에 맞춰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을 영입하고, 24시간 응급수술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한 병원장은 “정형외과 분야는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과 비교해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장센터와 소화기내시경센터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심장센터에는 심장내과 전문의 5명을 주축으로 한 50여 명의 의료진이 연간 6만 명 이상의 외래환자를 진료한다. 특히 시간이 중요한 심장질환의 특성을 반영해 24시간 전문의 당직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또 환자가 최단시간 내 모든 심장 검사와 중재시술을 마칠 수 있도록 심장센터 외래·심장검사실·심장질환 집중치료실을 연계했다.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것. 그 결과 세명기독병원 심장센터는 2010년 보건복지부 지정 심장질환 특성화 센터로 이름을 올렸다.

소화기내시경센터는 세명기독병원에서 가장 먼저 특성화한 분야다. 현재 6명의 소화기내시경 전문의가 진료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2만3961건(위내시경 1만8502건, 대장내시경 5441건)의 내시경 검사를 진행, 지역 최대 소화기내시경 센터로 자리 잡았다.

세명기독병원이 성공한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우수한 의료인력과 어느 곳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첨단 의료장비 덕분이다. 여기에다 새로운 의료기술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점도 장점이다. 실제 세명기독병원은 관련 학술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발표하면서 관련 학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또 지방병원으로는 드물게 의료진의 해외 연수를 보내는데도 열심이다.

수준 높은 첨단 의료장비도 한몫했다. 세명기독병원은 128CH MDCT, 1.5T MRI 2대, 핵의학검사 장비 등 다양한 첨단 의료기기를 도입해 진료의 정확도를 높였다. 이중 128채널 MDCT는 초고속 촬영 기능(최대 0.3초, 2m 전신촬영 10초 내 가능)과 함께 뛰어난 해상도를 자랑한다. 또 다른 CT기종에 비해 방사선 피폭량이 64%까지 줄어 환자 안전을 보장한다. 한동선 병원장은 “병원의 핵심은 의료의 질이다. 전문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우수한 의료진을 영입하고 최신 의료장비를 확보하는데 집중 투자했다”고 말했다.

세명기독병원은 올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250억 원을 투입해 병원을 증축하기로 한 것이다. 한 병원장은 “올해의 병원 운영 목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해”라며 “단순히 병원을 증축하는 것만이 아니라 더 좋은 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포항세명기독병원 전경 부산고려병원, 정형외과 특화해 ‘올인’

▲ 김철 이사장 부산고려병원(이사장 김철)은 지방병원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정형외과에 올인하기로 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정형외과 전문병원으로 선정됐다. 정형외과 전문병원은 서울성심병원, 울산 굿모닝병원, 부산 강동병원과 함께 전국에서 4곳이 지정됐다.

응급환자를 치료하려면 그에 맞는 시설과 인력을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비용이 많이 든다. 이에 반해 정형외과는 비교적 생사를 오가는 응급환자가 거의 없다. 김철 이사장은 “부산고려병원이 지방병원으로서 정형외과를 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형외과 전문병원답게 관절센터와 척추센터로 구분해 별도의 진료공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관절센터’는 엉덩이‧무릎, 어깨‧손, 발‧발목‧스포츠 외상 등 3개 진료영역으로 세분화돼 있다. 전문의 7명이 각자의 진료영역에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척추센터’는 목‧허리, 비수술센터로 나뉘어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 2명과 신경외과 전문의 1명,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부산고려병원은 미국 뉴욕 코넬대학병원 내 특수수술병원을 모델로 삼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형외과 전문병원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200병상 규모에 정형외과 의사가 160명에 달하고 있다. 김철 이사장은 “국내 1등 정형외과 병원으로 자부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장래 이 같은 병원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산고려병원이 내놓은 또 다른 필살기는 ‘건강 삼총사’다. 상담‧전담‧방문 간호사를 통칭한다. 이들 간호사는 환자가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부터 수술을 받고 퇴원한 이후까지 밀착해 건강관리를 도맡는다.

우선 부산고려병원을 처음 방문하면 ‘상담간호사’가 환자를 맞이한다. 수술 및 치료는 물론 수술방법이나 합병증 발병 여부, 비용, 입원기간 등을 환자들에게 설명해준다. 관절 및 척추 부분에 각 2명씩 포진해있다.

환자가 수술을 받고 입원을 하면 하루 3번 정도 ‘전담간호사’가 찾아온다. 수술 후 환자는 궁금한 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수술은 잘 됐는지,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재발하지는 않는지 등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담당의의 회진 시간이 한정돼 있으므로 쉽지 않다. 이때는 전담간호가 메신저 역할을 한다. 환자의 치료 전 과정을 함께 하기 때문에 궁금증을 바로 해결해줄 수 있다. 9명의 전담간호사가 많게는 25명씩 환자를 맡고 있다.

환자가 퇴원했다고 해서 의료서비스는 끝나지 않는다. ‘방문간호사’가 환자의 집으로 찾아가 건강을 체크해준다. 수술부위에 이상은 없는지, 질병이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만약 수술부위에 문제가 생겼다면 현장에서 바로 처치해주고, 즉각 병원으로 이송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경험이 많은 수간호사 1명과 운전기사 1명이 배치돼있다. 비용은 전액 병원에서 부담한다.

퇴원 후 방문서비스는 병원의 의료서비스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한다. 입원 시 환자가 불편했던 점이나 의사에게 건의하고 싶은 점들을 편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방문간호사가 환자의 집에서 환자와 편하게 대화를 나눈 사항들을 병원 내부에서 공유해 개선할 사항은 즉각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부산고려병원 전경 창원한마음병원, 당일예약제로 의술에 ‘신뢰’ 입혀

▲ 하충식 원장 경남 창원 소재 한마음병원(병원장 하충식). 전국 종합병원 중 가장 많은 소아청소년 환자가 찾는다. 하루 평균 600~900명에 이른다. 산부인과는 지난 19년간 단 한차례의 불미스러운 사례가 없었다. 한마음병원을 향한 지역주민의 발걸음은 1995년 개원 후 계속 늘고 있다. 비결이 뭘까.

한마음병원은 의술에 ‘신뢰’를 입혔다. 특히 환자들이 의료기관 이용 중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는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한마음병원은 우선 예약제를 도입했다. 예약제가 도입하기 전 소아청소년과 진료실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50~60명이 대기한다. 산부인과도 2~3시간 기다리는 게 예사였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했다. 병원 직원 대부분이 예약제 도입을 반대했다. 하지만 하충식 병원장의 의지로 정착시켰다.

한마음병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세계 처음으로 ‘당일 예약제’를 도입했다. 당일 전화접수를 받고 사무실, 공원 등 어느 곳에서든 휴대폰으로 순서를 확인하고 10분전에 도착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하 병원장은 “모두 안 된다고 했지만 환자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해 만든 한마음병원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당일 예약제가 자리 잡자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이어졌다. 우선 대기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환자 불만사항이 거의 사라졌다. 주차장 운용도 수월해졌다. 병원과 의료진도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진료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지역에 나눔의 리더십을 보여준 것도 병원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나누면 10배로 돌아온다’는 하 병원장의 인생철학이 밑바탕에 있다. 한마음병원은 19년째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올해에도 8억 원을 지역의 소외계층, 시설아동, 장애인, 학대아동, 피해여성, 노인들을 위해 나눴다. 또 16년간 매일아침 모든 남성 직원이 병원 주위와 인근 상가, 공원을 청소하고 있다.

한마음병원은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도 인정받았다. 지난해 3월 한양대의료원으로부터 부속병원급(교육수련병원)으로 인정받았다. 서로 다른 재단이 협력해 부속병원급 수준으로 임상교육과 수련을 하는 병원은 경희대 분당차병원, 관동대 명지병원에 이어 국내 세 번째다. 또 올해 1월에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주관하는 보건복지부 의료기관평가 인증을 획득했다.

한마음병원은 400병상의 종합병원이다. 19개 전문 진료과와 8개 전문센터를 운영한다. 전문센터는 여성, 척추, 암, 소화기, 심혈관, 관절, 종합검진, 일반검진센터다. 한마음병원이 내세우는 병원의 최우선가치는 ‘환자의 필요가 최우선이며, 환자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병원’이다. 병원의 핵심가치도 봉사, 사랑, 노력이다.

창원한마음병원은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의대 유치와 병원 증축을 통해 ‘경상남도 No.1, Korea No.10, The Best Medicine’이라는 비전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 창원한마음병원이 신축 중인 병원 조감도 ▲ 창원한마음병원 전경 부민병원, 관절·척추 분야 특화해 서울 넘어 중동으로

▲ 정흥태 원장 ‘지방병원의 숨은 진주’. 부민병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울지역 대형병원의 독주가 이어지고 지방의료까지 잠식하는 의료현실에서 관절·척추 전문 부산 부민병원(병원장 정흥태)의 활약은 단연코 화제다.

작은 지방병원으로 시작해 서울로 역진출했다. 두바이와 러시아 같은 해외까지 저력을 넓혔다. 지역민의 든든한 신뢰를 딛고 일어선 부민병원의 핵심전략은 진료·교육·연구를 통한 척추·관절 전문화로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정흥태 병원장은 “27년 전 병원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강조한 건 전문화”라고 말했다. 대형병원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더 나은 의료서비스와 우수한 치료결과를 제공해야 한다. 그 힘의 근원이 바로 전문화와 특성화였다. 정흥태 병원장은 “척추관절 질환과 치료를 선택해 인력과 교육, 연구, 시설에 집중 투자했다”며 “진정한 전문화는 의사수와 장비 뿐 아니라 의사의 연구활동과 환자 안전에서도 우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민병원은 국내외 학회지와 SCI에 논문을 등재하면서 활발한 연구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런 연구활동으로 최소침습 척추수술과 인공관절수술에서 고난이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병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의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복지부로부터 관절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 부민병원 의료진이 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 부민병원 전경 정 병원장은 “부민병원의 경영철학은 환자가 빠르고 정확하게 치료를 받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의료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며 “관절·척추치료를 향한 선택과 집중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열한 경쟁과 소비자의 기대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 안주하려고 하는 병원에게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부민병원의 서울과 해외 진출은 병원에는 자극제이며, 지방 의료문화를 선도하는 도전일 수밖에 없다”이라고 말했다. 지방병원도 경쟁력을 갖고 도약할 수 있다는 신호탄을 쏜 부민병원. 지방의료를 역동적으로 이끄는 변화의 주역으로서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황운하, 배지영, 장치선, 권선미, 오경아, 정심교, 이민영 기자 un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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