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출품작 관통하는 건 내부에 있는 비움의 형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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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호 23면

한국 건축가로는 유일하게 제13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주제전에 초청된 승효상(60·사진) 이로재 대표는 ‘거주 풍경’을 테마로 삼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묘역을 비롯해 경기도 퇴촌주택, 중국 베이징의 시경루 등 그동안 설계한 주거공간 10채의 모형과 패널 사진, 설명 등으로 전시 공간을 소박하게 꾸몄다.

한국서 유일하게 참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

-‘커먼 그라운드’라는 주제를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
“근사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요즘 세계 건축의 트렌드가 ‘비트는 것’인데, 총감독인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그런 흐름에 철저히 거리를 두고 항상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건축가다. 그에게서 나올 법한 주제다.”

-출품작을 선택한 기준은?
“내 건축을 관통하는 공통의 토대를 찾으려 했다. 바로 ‘비움의 구축(構築)’이다. 20여 년간의 작업 중 주제를 잘 드러내는 것들을 골랐다. 이 중에는 산 자를 위한 거주공간이 있는가 하면, 죽은 자를 위한 거주공간도 있다. 10개의 집을 관통하는 것은 형태의 일관성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비움의 형식이다.”

-전시 규모가 단출하다. 그냥 지나칠 뻔했다.
“규모를 크게 하기보다는 작고 밀도 있게 꾸미려 했다. 사람들이 지나치려다 다시 돌아보고, 고개 숙여서 읽게 만드는 전시를 하고 싶었다. 비엔날레에는 거대한 작품이 많이 설치되는데, 그들과의 대비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건축전을 평가한다면.
“주제관에 아시아 작가가 3명밖에 초청되지 않았다. 다소 유로센트릭(euro-centric)한 점이 거슬린다. 하지만 초청 작가들이 주제에 대해 나름대로 고심해 답을 내놓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조각품 몇 개로 꾸민 피터 뫼르킬리의 전시가 좋았다. 보잘것없는 것을 보잘것없는 채로 보여줌으로써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국가관 중에는 도시에서 인간이 어떻게 소외되는가를 영상으로 표현한 오스트리아관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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