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또 레이저 테러, 롯데 팬 왜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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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감독이 19일 롯데전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는 순간 1루 관중석에서 날아온 레이저가 이감독의 얼굴을 공격하고 있다. 이 감독은 “레이저로 인해 위협을 느꼈다”고 밝혔다. [부산=이영목 기자]

부산 사직구장의 한 야구팬이 이만수(54) SK 감독을 향해 ‘레이저’를 쐈다. 신체에 위협을 가하는 위험한 행위다.

 SK는 19일 사직 롯데전에서 7-0으로 승리하며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롯데는 3위로 내려앉았다. 경기가 끝나자 한 롯데팬은 경기 뒤 상대편 더그아웃으로 레이저를 쏘았다.

 강력한 레이저는 신체의 작은 부분을 절단할 때 사용된다. 안과수술에서 망막과 같은 예민한 부분을 섬세하게 잘라낼 때 쓰이기도 한다. 강한 레이저가 오랜 시간 눈에 닿는다면 망막에 화상을 입어 시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 감독에게 흉기나 다름없는 레이저가 향하자 SK 선수들은 ‘빛’이 출발한 1루 관중석 쪽을 바라봤다. 젊은 선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태가 커질 것을 우려한 SK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을 재촉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 감독은 20일 “소수의 팬이 한 행위다. 일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레이저가 나를 향했고, 위협을 느꼈다. 선수단을 위협하는 행위는 사라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SK도 “구단이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이 선수단의 안전을 위해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밝혔다.

2008년에도 사직서 레이저 소동 2008년 10월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도중 관중석에서 날아 든 레이저 불빛에 삼성 선수들이 방해를 받자 선동열 당시 삼성 감독이 항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롯데 구단은 난감한 표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경기 중이었으면 해당 관중을 색출해 퇴장 등의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경기가 끝난 뒤라서 상황 파악이 늦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10월 9일 사직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준플레이오프 때도 롯데 팬이 레이저로 삼성 투수와 야수를 괴롭힌 바 있다.

 KBO는 20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기 중뿐만 아니라, 경기 후에도 선수단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장권에 ‘경기 중 어떤 식으로든 방해되는 행위를 하면 퇴장당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넣었는데 앞으로는 구단의 협조를 받아 전광판을 통해 공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해당 관중을 색출해 퇴장 조치는 물론 사안의 경중에 따라 ‘입장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야구팬 사이에서도 “포스트시즌에 대비해 더 확실한 선수단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레이저포인터 등을 이용해 선수단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는 주로 중동에서 벌어졌다. 2008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벌어진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 출전한 한국 골키퍼 이운재가 관중의 레이저 세례를 받기도 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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