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수상전의 급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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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장면 5·6]
● . 진동규 2단 ○.윤준상 3단

[장면 5] 고수들은 수상전을 벌이지 않는다. 일단 수상전이 벌어지면 누군가 반드시 죽기 때문에 그 전에 타협하고 만다. 그러나 승부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되면 더 이상 타협도 없다. 지금의 상황이 바로 그렇다.

윤준상 3단은 백1로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3으로 젖힌다. 이 수로 흑과 백은 서로 끊어졌다. 생사를 건 수상전이 시작됐다. 누가 이길까. 윤준상은 백5로 가만히 는다. 냉정 침착하다. 한 수라도 더 줄이려는 급한 마음을 조용히 진정시킨다.

이 수가 수상전의 급소였다. 놓이고 보면 쉽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는 수. 이 수로 흑은 응수가 사라졌다.

다급한 마음에 '참고도' 백1로 단수하기 쉽다. 흑2를 기다려 3으로 젖히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것은 흑6의 치중수로 간단히 잡힌다. 흑은 네 수. 백은 A에 이어야 비로소 네 수. 백1의 단수가 치명적인 자충수였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장면 6] 백△를 보며 진동규 2단은 고개를 꺾었다. 언제나 그렇듯 이 수상전도 딱 한 수가 부족하다.

흑1부터는 초읽기에 쫓겨 그냥 두어본 수. 백6에 이르러 대마가 모조리 잡히자 진동규는 돌을 거뒀다. 무명의 진동규는 송태곤 7단, 김주호 6단 등이 버티고 있는 조에서 혼자 살아남아 16강까지 치고 올라왔다. 윤준상에게 꺾였지만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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