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수발 며느리에 10억 중 2억 상속하려는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A씨의 아버지는 두 달 전 지병으로 작고하셨다. 아버지가 남겨주신 상속재산을 정리해 배분하고 상속세 신고도 해야 한다. 아버지가 본인 명의로 남기신 상속재산은 약 10억원. 아버지는 평소 유언처럼 10억원 중 일부는 자신의 병수발로 고생한 며느리, 즉 A씨의 아내에게 남겨주겠다고 얘기하곤 했다. A씨가 외아들이라 상속인은 본인과 어머니 둘뿐이다. 어머니와 상의해 A씨와 어머니가 각각 4억원을 상속받고 2억원은 아버님 뜻에 따라 A씨의 아내가 받도록 할 예정이다. 아는 세무사에게 물어보니 상속재산 10억원 정도면 통상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재산을 이렇게 분배하면 A씨가 부담할 상속세는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만일 상속인인 A씨와 어머니가 아버지의 재산 10억원을 모두 상속받았다면 부담할 상속세는 없다. 그렇지만 상속인이 아닌 며느리가 상속을 받게 되면 상속공제액이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상속세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경우에 상속공제를 최소 10억원은 받게 된다. 배우자공제로 최소 5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고, 자녀가 있는 경우 일괄공제로 5억원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속재산이 10억원 있는 경우에 상속공제로 10억원을 차감받으면 결국 낼 상속세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상속인이 아닌 며느리가 일부 재산을 받는다면 10억원의 공제를 다 받을 수가 없게 된다. 상속공제의 한도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상속공제는 배우자공제, 일괄공제, 금융재산공제 등 각각의 공제 항목이 있지만, 이 공제를 모두 합한 금액에서 최종적으로 제한을 받는 한도가 있다. 상속세의 과세가액에서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유증한 재산의 금액 등을 차감한 것이 전체의 상속공제 한도가 되는 것이다. 결국 A씨의 경우 공제금액의 전체 한도는 10억원 중 유증으로 며느리에게 상속되는 재산 2억원을 차감한 8억원만큼만 공제받을 수 있다. 따라서 상속재산가액 10억원 중에 8억원을 공제한 2억원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부담하게 된다. 2억원에 대한 상속세는 2700만원이며, 상속을 받는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어머니가 각자 상속 받은 재산의 비율대로 상속세를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경우라면 차라리 아들인 A씨가 6억원을, 어머니가 4억원을 상속받아 상속세를 내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다. A씨가 이후에 부인에게 2억원을 세금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에게는 10년에 6억원을 한도로 증여세 부담 없이 재산을 나누어 줄 수 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상속재산을 분배하더라도 상속세 부담이 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상속 재산과 공제금액, 그리고 분배 방식 등에 따라 상속세 부담액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상속세 신고 시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김예나 삼성증권 세무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