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먼 “스마트폰 시장에 재도전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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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먼

“이게 노트북입니까. 벽돌입니까!”

 지난해 9월 휼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멕 휘트먼(56)이 HP의 노트북을 보고 던진 첫 마디였다. 볼품도 없으면서 무겁기만 한 HP 노트북 디자인에 대한 쓴소리였다. 그는 CEO에 오르자마자 ‘PC 왕국’ 부활을 선언하고 나섰다. 중국 레노보가 차지한 PC 1위 시장 탈환에 나선 것이다. 역발상의 돌파구로 휘트먼은 디자인 혁신을 내세웠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성공한 것도 소비자의 마음을 잡아 끈 디자인 덕분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휘트먼은 내친 김에 스마트폰 시장에 재도전한다. 휘트먼은 지난 주말 폭스비즈니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컴퓨터 회사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폰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지면서 태블릿·데스크톱·노트북을 한 대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늘고 있다”며 “HP는 이들을 대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P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는 애플이 될 수도 있다.

 HP가 스마트폰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보유한 팜을 12억 달러에 인수해 모바일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HP는 이후 모바일 기기인 ‘iPAQ’과 스마트패드 ‘터치패드’ 등을 개발했으나 시장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HP의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윈도폰8 사용을 위해 다시 손을 잡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HP는 지난달 윈도8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태블릿 ‘엔비 X2’를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휘트먼이 스마트기기와 관련한 일정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것은 출시를 늦추더라도 강력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휘트먼은 “개발팀에 빨리 내놓으라고 하기보다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휘트먼이 그동안 디자인팀 보강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인원을 두 배로 늘렸고 디자인센터도 두 곳을 새로 세웠다. 중구난방이었던 디자인팀 조직도 단일 지휘체계로 통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휘트먼이 디자인팀에 주문한 건 “소비자가 자랑스럽게 들고 다닐 제품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싼값에 더 고급 사양의 하드웨어를 장착시키자는 과거 PC 전략과는 판이하게 다른 접근법이다. 심지어 외관을 일체형 새시로 덮기 위해 일부 하드웨어 사양을 포기하기도 했다.

 새 디자인팀이 처음 내놓은 ‘엔비 x2’가 그렇다. 노트북인데 모니터를 본체에서 분리해낼 수 있는 구조다. 떼낸 모니터는 터치스크린 기능이 장착돼 태블릿이 된다. 겉은 알루미늄으로 마무리했다. HP는 올 11월 추수감사절부터 내년 초 입학시즌까지를 겨냥해 10가지 이상의 신모델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휘트먼의 승부수가 시장에서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HP뿐 아니라 다른 경쟁사도 앞다퉈 디자인 혁신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델과 삼성전자도 HP처럼 착탈식에 태블릿으로 쓸 수 있는 모니터를 장착한 노트북을 이미 선보였다. 모바일 바람도 거세다. 애플에 맞서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 삼성전자는 필기 기능을 장착한 갤럭시 노트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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