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경찰위, 이각수씨에‘용감한 시민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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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묻지마 칼부림’ 사건의 범인 이모(30)씨를 발차기해 추가 피해를 막았던 이각수(51·사진) 명지대 무예과 교수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경찰위원회가 주는 ‘용감한 시민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20일 LA 경찰청에서 열린다.

 이 교수는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주는 ‘용감한 시민상’을 받았다. 한국과 미국 경찰로부터 동시에 상을 받는 셈이다. 세계종합격투기연맹 사무총장이기도 한 이 교수는 17일 “저의 무술 스승으로, 미국 LA에서 경찰무술아카데미 교관 등으로 활약 중인 김윤배(66) 세계합기도연맹 총재의 추천이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김 총재는 위험을 무릅쓰고 칼부림 현장에 뛰어들어 인명을 구한 이 교수의 활약상을 전해듣고는 이를 LA 경찰위원회 위원장에게 얘기했다고 한다. 인터넷에 뜬 동영상까지 보여줬다. LA 경찰위원들은 “미국에서도 총기 사고가 날 때 종종 시민영웅들이 등장하는데 이 교수는 맨몸으로 칼 든 범인을 제압했다. 미국 시민들에 대한 동기부여 차원에서 이 교수에게 상을 주자”고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그러나 바쁜 국내 일정 때문에 시상식에는 직접 참석하지 못한다. 은사인 김 총재가 대리 수상할 예정이다.

 “제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게 두 개인데 국민생활체육합기도대회는 어제(16일) 성황리에 마쳤지만 다음 달 27일 세계종합격투기대회가 남아 있어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 교수가 미국땅까지 가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당시 범인에게 발차기를 하던 중 왼발을 삐끗해 인대가 끊어졌는데 아직 완치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다칠 때도 내색을 하지 않아 주변에선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왼발 전체가 까맣게 멍들어 고통이 적지 않았지만 아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며 “할 일이 많은데 병원에 가면 3~4개월 입원하라고 할 것 같아서 였다”고 말했다. “운동 중에 수없이 부러지고 다치죠. 엔간하면 얘기 안 합니다.” 시민 영웅은 그렇게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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