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대패로 끝난 중앙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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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제5보(47~60)=줄기차게 A를 노렸으나 고심 끝에 47로 참아야 했다.

 ‘참고도1’ 흑1은 그 자체로는 통렬하지만 백이 외면하고 2로 젖혀올 때 다시 어려움이 찾아온다. 중앙 백을 잡으면 위쪽 흑을 내주게 된다. 더구나 백2는 B로 끊는 축 머리도 겸하고 있다. 47은 불가피하다.

 이리하여 구리 9단은 이득을 다 챙긴 뒤 48로 돌아왔다. 구리 9단의 손 끝에서 만족감이 묻어난다. 원성진 9단의 49도 고심의 한 수다. ‘참고도2’ 흑1은 백2가 있다. 그걸 막기 위해 49부터 두자 구리는 50으로 비틀어 손해를 강요한다. 흑은 응수할 새도 없이 51로 가야 한다.

 51부터 59까지는 외길이다. 53이나 55로는 꼭 한번 젖히고 싶지만 끊기면 난리가 난다. 중앙에서 서로 등을 맞댄 흑백의 효율을 따질 때 밖으로 활짝 열린 백 돌이 안으로 위치한 흑보다 우월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흑돌 5점은 살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며 발전성이 적은 대신 외곽의 백 넉 점은 발전성이 풍부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흑▲로 촉발된 중앙 공방전에서 흑은 패배했다. 그 상처가 어느 정도일지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흐름은 완연히 백쪽으로 기울었다. 원성진에게 다시금 고통의 시간이 찾아왔다.

 60도 쓰라린 곳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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